“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성호가 먼저 인사를 했다. 이번에 당직이 바뀌어서 오성호는 원내총무가 되었고 진기섭은 정책위의장이다.
“무슨 말씀을, 두 분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웃지도 않고 대답한 서동수가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배석자는 비서실장 유병선, 이제 한국은 조수만 대통령 체제로 남은 2년을 보내게 되었다. 2년 후에는 남북연방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서거한 한대성 대통령과 북한지도자 김동일은 ‘연방법’에 합의하여 연방대통령 체제하의 대한민국 청사진을 만들어 놓았다. 당선된 연방대통령은 남북한을 통치하되 당분간 남북한 2개 행정부로 운영하게 될 것이었다. 즉 남북한에 각각 총리와 행정부를 두되 외교와 국방은 연방대통령 직속 부서가 된다. 입법부는 연방의회로 통일되기 전까지 북한에 남한과 비슷한 형태의 입법부를 신설하여 운용하고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누가 연방대통령이 되건 남한의 제도에 따르도록 김동일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음료수가 놓였고 날씨 이야기로 잠깐 뜸을 들인 후에 곧 오성호가 입을 열었다.
“민족당이 북한의 민생당하고 연합한다는 기사를 보셨지요?”
“예, 봤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한국의 제1야당 민족당이 북한에서 만들어진 민생당과 연방대통령 선거를 대비하여 연합할 예정인 것이다. 북한의 민생당은 바로 공산당이다. 처음에 그들은 ‘민주공산당’으로 당명을 지었다가 열흘 만에 ‘민주사회당’으로 바꿨고 닷새 후에 다시 ‘민생당’으로 바꿨다. 당명에서부터 신경을 쓰는 것이 북한도 선거 전략가를 고용한 것 같다. 오성호가 말을 이었다.
“여론조사를 보셨겠지만 남한의 민족당 지지자에 북한의 표를 합치면 우리가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진기섭이 거들었다.
“민족당이 민생당과 연합해서 퍼주기 전략과 함께 ‘노예작전’을 사용하면 1천만 표 차로 우리가 진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러겠지요.”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남한에서도 무상급식에서부터 선거 때마다 ‘무상’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당락이 바뀌었다. 수많은 선거를 치러온 남한 유권자들도 눈앞의 무상 폭탄 유혹에 넘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선거를 겪어보지 않은 북한 주민에게 무상 폭탄의 유혹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그다음이 ‘노예론’이다.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을 노예로 부린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공포다. 따라서 남한의 것을 다 나눠 갖자는 무상 폭탄과 겁을 주는 노예론 폭탄을 계속해서 퍼뜨리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듣기만 하던 유병선이 입을 열었다.
“북한의 김 위원장께서 민생당을 조절하시겠지요. 그렇게 막가게는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자 오성호가 말했다.
“위원장이 달라지셨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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