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난다. 제19대 국회와 국회의원들 얘기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방약무인하기까지 한 주제에 선거구 획정을 미루며 정치신인들의 진출을 막고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게 정말 못됐다. 지금의 선거구 미획정 사태는 현행법에 대한 심각한 위배이며 헌법 가치 침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31일을 선거구 개정시한으로 못 박았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부작위로 인한 선거구 획정 지연은 옛 선거구들을 몽땅 무효로 돌리는 ‘선거구 실종’ 사태를 불렀다. 새해 첫날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인 국회의원 선거구가 증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오래 이런 황당무계한 상황이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획정안과 주요법안들을 연계하고 있고, 협상 당사자인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명을 받아 1주일이나 외유를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회를 핑계로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협잡이 판치는 동안 의원들의 ‘현역 프리미엄’은 극대화했고 예비후보자들의 정상적인 선거운동의 길은 막혀 버렸다. 예비후보제 자체가 획정된 선거구를 전제로 할 때 실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헌법 가치와 법 정신의 수호로부터 시작된다. 공직선거법 제60조의 정신은 ‘후보들에 대한 공정한 선거운동 기회 부여’로 요약된다. 특히 제60조 2항과 3항은 ‘정치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이다. 여기서는 현역 의원의 기득권에 짓눌리는 원외 예비후보자들이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120일로 보장해놓고 있다. 제20대 총선 투표일이 4월 13일이므로 역산하면 예비후보자들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거구 실종’ 사태로 이들의 선거운동이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사이 귀중한 시간들이 날아가버렸다. 이는 ‘선거운동 기회균등의 권리’를 명문화 해놓은 헌법 가치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헌법 제116조 1항은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총선 연기론’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예비후보의 참정권과 유권자의 선택권이 훼손됐다는 게 연기론의 논거이고, 침해당한 선거운동기간만큼 총선일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게 연기론의 골자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 후 산지사방에서 낙선자들에 의한 위헌 시비와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 편차 상한 변경에 따라 조정되는 선거구 숫자는 수십 개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 남양주갑의 조광한 예비후보자 등은 이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가 나중에라도 ‘현저하게 기회균등이 파괴됐다’고 판단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할 것이지만,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의원들이 구명도생하려 기를 쓰는 꼴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게 정말 견디기 힘들다.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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