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사랑하기는 해?” 여자는 남자에게 울먹이며 묻는다. “너 도대체 애가 왜 그래? 왜 그렇게 다 네 맘대로야?” 남자는 여자의 울먹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윽박지른다. 3년 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다시 헤어졌다.

노덕 감독의 2012년 영화 ‘연애의 온도’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의 이기적인 모습, 그리고 그 남자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는 여자의 한숨을 통해 헤어짐의 책임을 남자 쪽에 조금 더 지운다. 남자의 이기심 내지는 무관심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온도 차’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행복을 꿈꾸던 관계에 마침표를 찍게 한 것이다.

‘온도 차’는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현실의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만난 거리의 흑인 색소포니스트 토니 맥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을 꼽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의견을 묻자 “꺼져(Fuck Off) 힐러리”라고 답하며 “그동안 지지했던 기득권 정치인들은 권력만을 좇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명사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기존정치에 대한 실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과거 정치인들과 경제 성장과 민주화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했던 우리 국민들은 기득권 유지와 정권창출이라는 그들만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 이제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울먹임에 아랑곳하지 않는 다른 온도를 품은 이들이다.

‘연애의 온도’의 영어판 제목은 ‘Very Ordinary Couple(매우 평범한 연인)’이다.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처음과 같은 설렘과 기대를 품는다. 기대보다 큰 실망으로 이별을 맞았지만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뿐이다. 정치는 매우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바람이 꺾여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다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갈 수 있는 정치뿐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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