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이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예산 책임을 서로 떠넘김으로써 사실상 예고됐던 보육대란(大亂)이 끝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경기·광주·전남 등 4개 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 1월분 지급 시한인 20일까지 한 푼도 보내지 않아 관할 지역의 유치원들이 교사 월급을 주지 못하고 운영 중단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가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시의회가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이번 주까지 원상 복구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22만 원 인상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할 때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해당 지방의회의 책임이다. 교육청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과 달리 유치원 누리과정에 대해선 지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시의회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교육청이 요청한 재의까지 거부한 시의회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마 서둘러 우선 대란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유치원 운영비의 80%에 해당하는 교육청 지원금이 끊기면, 학부모들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미 일부 학부모는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치원 보육 환경도 악화하게 마련이다. 화장지·치약·색종이 등을 개인별로 가져오도록 학부모에게 요청하는 유치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난해에 이은 미봉책일 뿐이다. 교육부 주도로 누리과정 전반의 재정(財政)을 재설계해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각각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기형적 현실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잖으면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1년 지원 예산을 모두 확보한 시·도 교육청이 전무한 현재 상황은 매년 재연될 수 있다. 정부부터 지난해 10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 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라고 못 박은 것으로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당시 “보육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재원을) 책임지는 게 맞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감들 또한 모든 책임을 정부에만 미룰 일은 아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의 절감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라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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