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결 의욕… 시범 케이스인 듯
스피스 “전혀 이해 안돼” 반발
매킬로이 “다른조보다 안늦어”
ESPN “새 정책의 첫 희생자”
유럽프로골프(EPGA)투어가 ‘늑장 플레이’를 엄격히 처벌하고 실명까지 공개하겠다고 선포한 직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가 강화된 규정의 첫 ‘시범 케이스’가 됐다.(문화일보 1월 21일 자 27면 참조)
22일(한국시간) AP뉴스 등 외신들은 전날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골프장에서 열린 EPGA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총상금 270만 달러) 1라운드에서 EPGA 경기위원회가 “스피스가 슬로 플레이를 했다”며 실명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PGA가 새로운 슬로 플레이 규정을 마련해 발표한 첫날 유럽투어에 출전한 스피스에게 곧바로 이를 적용한 것. 스피스는 이날 두 차례 경고에도 벌타를 받지 않았기에 종전 규정이라면 선수 개인에게 비공개로 통보됐겠지만 새 규정을 적용한 탓에 경고 사실만으로도 실명이 공개됐다. 새 규정에 따르면 조의 첫 번째 샷을 하는 선수는 50초, 그다음 선수들은 40초 안에 샷을 해야 한다. 슬로 플레이 판정을 두 차례 받으면 2800 달러(약 340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EPGA투어 측이 톱 랭커인 스피스에게 새 규정을 적용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커 스피스를 ‘시범 케이스’로 삼아 슬로 플레이 척결 의지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스포츠전문 ESPN은 “스피스가 새로운 EPGA 정책의 희생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날 10번 홀에서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 세계랭킹 6위 리키 파울러(28·미국)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펼친 스피스는 4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걸어갈 때 경기위원으로부터 “새 규정에 따라 이제부터 경기 시간을 측정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어 8번 홀 티 박스에서는 퍼트할 때 할당된 시간을 초과했다는 경고를 다시 받았고, 결국 마지막 홀인 9번 홀에서 슬로 플레이 판정이 내려졌다.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로 공동 7위에 오른 스피스는 즉각 반발했다. 스피스는 “(슬로 플레이 판정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음 조가 아직 페어웨이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였다”며 “판정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동반 플레이어인 매킬로이와 파울러도 슬로 플레이 판정에 놀랐다”고 항변했다. 6언더파 66타로 공동 3위에 자리한 매킬로이도 “이상한 판정이었다”며 스피스를 옹호했다. 매킬로이는 “경기위원이 상식에 따라 판단해야 할 때가 있다”며 “우리 조가 다른 조에 비해 늦지 않았다면 시간을 측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파라머 EPGA 경기위원장은 “새로운 규정에 따라 경기가 진행이 느린 조를 선택해 그중에서 시간 규정을 위반한 선수에게 슬로 플레이 판정을 내렸다”며 “EPGA에서 진행이 느린 지 여부는 출발 시에 각 조의 간격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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