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많은 출판 관계자들이 올해 주요 출판 트렌드로 꼽은 것이 ‘글쓰기 책’ 출간 붐이었습니다. SNS·인터넷 글쓰기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면서 글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또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커진 듯합니다. 인터넷 세상이 되기 전,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글쓰기라면 일기나 메모 같은 ‘자신과의 내적 대화’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지금의 글쓰기는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타인 지향의 외적 소통’의 부분이 커졌습니다.

이번 주에 특별한 두 권의 글쓰기 책이 나왔습니다. 논문 초심자를 위한 논문작성법을 담은 ‘논문의 힘’(김기란 지음/현실문화)과 최고 인기 웹 소설 작가들의 실전 특강인 ‘도전! 웹소설 쓰기’(폭스코너)입니다. 두 책을 보면서 글쓰기 책도 이제 전반적인 범용을 넘어 전문화·세분화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논문의 힘’은 대학에서 논리적 글쓰기와 논문작성법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글쓰기 장르로서 논문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일관된 관점으로 삼아 논문 쓰기의 과정을 설명하고, 각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에 대해 조언합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논문을 쓰기 위한 가이드이지만 동시에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통찰을 주기 때문입니다. 논문은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객관적 논리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논증은 공정하고 평등하며 민주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합니다.

‘도전! 웹소설 쓰기’는 박수정, 유오디아 등 웹소설계 인기 작가들이 웹 소설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들려주는 웹소설 작법 노하우입니다. 책은 작품 구상법부터 웹소설 플랫폼에 최적화된 문장과 이야기 전개 방식 등 집필 방법, 그리고 각 장르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그 테두리 안에서 개성을 녹여내는 방법까지 설명합니다. 완성된 원고의 연재 방법과 계약 진행의 노하우도 들려줍니다. 글 좀 쓴다고 자부하고 아이디어도 참신하다고 여겼는데, 웹소설을 연재해 보면 백전백패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실패에 대해 저자들은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넉넉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하며 무턱대고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웹소설 플랫폼에 최적화된 글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한번에 멋진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다면, 첫발을 떼는 심정으로 글쓰기 책들을 펴보시길.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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