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복 (48) 쌍용자동차 시흥정비사업소㈜ 대표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퍼터 전문 컬렉터다. 서 대표가 수집하는 퍼터는 ‘스코티 카메론’이다. 서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퍼터의 가격은 입을 벌어지게 한다. 비싼 것은 개당 2000만 원이 넘는다. 대부분 수백만 원짜리 고가품이다. 서 대표가 모은 카메론 퍼터는 주로 투어대회 우승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이나 ‘서클 T’라 불리는 투어프로 전용 모델이다. 그가 수집한 카메론 퍼터는 150여 점이며 전체 가격은 5억 원이 넘는단다.
서 대표를 지난 15일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 내 자동차정비사업소 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 대표는 인터넷 블로그 ‘하늘과 땅’을 운영 중이며, 카메론 퍼터 마니아 사이에선 유명 인사가 된 지 오래다. 블로그 방문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겼다. 서 대표의 블로그엔 요즘도 하루 300∼400명이 다녀간다. 서 대표는 자신이 모은 카메론 퍼터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블로그에 담아 놨다.
그는 “희소가치가 있는 퍼터는 훗날 임자를 만나면 구매가 이상으로 되팔 수 있다”며 “퍼터 수집은 취미생활도 되고, 미술품처럼 자산 증식도 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수집한 카메론 퍼터는 크게 아트 퍼터, 선수가 쓰던 퍼터, 우승 기념 퍼터로 나눌 수 있다”면서 “국내 카메론 퍼터 마니아(동호회) 모임은 10여 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0개 이상을 모은 수집가는 10명 수준이며, 특히 서 대표와 같은 전문 컬렉터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쌍용자동차에 입사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대리’ 직급이었을 때 우연히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친구는 돈을 갚는 대신 드라이버 2개와 중고 아이언 세트, 그리고 카메론 퍼터 3개를 내놨다. 서 대표는 이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라운드 파트너는 주로 직장 상사였다. 그는 재테크를 위해 골프회원권 2개(곤지암 그린힐, 여주골프장)를 사놓은 덕분에 부킹난에 시달리지 않아 직장 상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비 병’이 생겼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올인’하는 성격 탓에 골프채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 우연히 일본의 야후 사이트에서 카메론 퍼터가 국내의 반값에 판매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몇 차례 일본을 들락거리며 좋은 퍼터를 사모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퍼터가 나오면 전화나 인터넷 거래를 통해 지체없이 구입했다. 골프 회원권을 처분한 돈은 퍼터를 사는 데 대부분 썼다. 5년도 채 안 돼 1000여 점까지 모았다. 서 대표가 고가의 퍼터를 외국에서 들여오자 세관은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퍼터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좀 더 특별한 퍼터만 모으기로 마음을 바꿨다. 모아 놓았던 퍼터를 동호회에 내놨고, 소문을 듣고 온 프로나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팔아 6개월 만에 ‘정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율 덕을 톡톡히 봤다. 구매 당시 영수증을 보여주며 팔았는데, 서 대표가 살 당시 100엔당 800원대였던 환율은 팔 때 1400원까지 올랐다.
서 대표가 소장한 희귀 아이템 중 대표작은 1997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을 때 특별 제작된 우승 기념 퍼터다. 우즈가 지인한테 직접 선물한 것이며, 서 대표는 이 퍼터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까지 날아갔고 며칠 동안 설득해 기어코 소원을 ‘성취’했다. 당시 우즈의 우승 스코어(18언더파 270타)에 맞춰 기념 퍼터 270개가 제작됐다. 그런데 퍼터 명장 카메론은 우즈의 나이(당시 21세)만큼만 따로 특별 제작해 우즈에게 직접 전달했고 이 중 하나가 서 대표의 수중에 들어오게 됐다.
우승 기념 퍼터 중 앞번호가 새겨진 것은 가격이 10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임자’를 만나면 부르는 게 값이다. 우즈의 우승 기념 퍼터는 그가 2002년 나이키로 용품사를 바꾸기 직전 제작됐기에 희소가치가 무척 높다.
서 대표의 골프 기량은 싱글 핸디캐퍼. 한창 물이 올랐을 때인 2003년 인천 그랜드골프장에서 1오버파 73타를 남겼다. 240m가 넘는 장타를 날렸다는 서 대표는 경기 성남시 성남골프장에서 전반에 3언더파까지 쳤다. 하지만 17번 홀(파5)에서 우드로 두 차례나 OB를 내며 더블 파(10타)에 그친 탓에 언더파를 놓쳤다. 이후에도 74타는 여러 차례 쳤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퍼터를 수집하듯 골프를 했다면 아마 사업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10년 전 퇴직하면서 아웃소싱을 통해 정비사업소를 차린 이후엔 월 1∼2회 정도 필드에 나가기에 기량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퍼팅만큼은 자신 있다. 퍼터를 모으면서 퍼팅에도 눈을 떴기 때문. 아직 홀인원은 없지만, 퍼팅 이글은 수십 차례가 넘는단다. 서 대표는 “퍼팅은 터치 감이 우선”이라며 “스트로크를 하는 것만 봐도 퍼팅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퍼팅 스트로크의 90%는 실력이고 퍼터가 5%, 운이 5%”라며 “싱글(핸디캐퍼) 정도라야 퍼터의 감을 알 수 있기에 초보자는 굳이 값비싼 퍼터를 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컬렉션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짜도 있고, 한정판이 워낙 많다 보니 샀던 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등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가짜 카메론 퍼터를 진품의 3분의 1 가격인 60만 원에 샀다. 요즘엔 전문가들조차 속을 정도로 가짜를 정밀하게 만든다. 서 대표는 일반인들에게 진품과 비교 설명을 하기 위해 가짜 카메론 퍼터를 구입했다.
그는 “퍼터를 수집하는 게 그냥 좋다”며 “구하기 어려운 퍼터를 손에 넣었을 땐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퍼터뿐 아니라 카메론 캐디 백과 퍼터 커버, 그리고 개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미니카’ 역시 수십 점을 갖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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