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업계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애슬레저룩’이다. 등산복으로 대표되는 국내 아웃도어룩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애슬레저가 뭘까.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운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상한 스타일이다. 운동과 일상생활의 경계를 없앤 옷차림. 편안하고 기능적인 측면이 강조된 옷이면서도 그 어떤 차림새보다 사회적이다. 운동, 즉 자기 관리를 할 만한 여유가 있는 계층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쉽게는 ‘추리닝(트레이닝복)’을 떠올릴 터. 하지만 이 이미지는 실제 애슬레저와 거리가 멀다. 핵심은 ‘Gym to Street(체육관에서 거리로)’다. ‘운동뿐만 아니라 일반 용도로도 입을 수 있게 디자인한 캐주얼 복장.’ 곧 메리암 웹스터 사전에 등록될 ‘애슬레저’의 정의다.
시작은 사실 한국이 아니다. 해마다 100여 개국에서 5만 명 이상이 몰려드는 ‘뉴욕 시티 마라톤’이 열리는 미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깅스 쇼’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으로 몸에 착 붙고, 탄성도 좋아 달리기에 최적화된 레깅스가 바로 ‘애슬레저’의 출발점이다. 레깅스를 기본으로 입고, 갓 운동하고 나온 듯 보이는 옷차림은 일찌감치 뉴욕과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트렌드가 됐다. ‘요가를 마치고 차를 몰아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오는 엄마’의 이미지. 또는 ‘요가를 마치고 생수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가는 할리우드 스타’의 파파라치 컷이 대표적이다.
이 탄력적인 소재의 옷은 청바지를 밀어내고 1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장시간 비행을 위한 ‘공항 패션’으로도 부상했다. 기능에 패션성을 가미해 진화를 거듭함으로써 ‘애슬레저’라는 이름을 얻은 것. 급기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애슬레저 라인을 속속 론칭하기 시작했다. 토리버치는 토리 스포트를, 데렉 램은 텐시 애슬레타를, 신시아 롤리는 신시아 롤리 피트니스를 만들었고, 거대 온라인 소매기업인 ‘넷 어 포터’는 ‘넷 어 스포터’를 운영하고 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사람들은 레깅스를 매우 ‘무례한’ 옷차림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토리 버치는 “몇 달 전만 해도 듣지 못한 단어다. 하지만 애슬레저는 요즘 여성들이 기능을 강조한 옷을 어떻게 입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고 했다. 데렉 램도 “도시와 도시 밖의 삶을 현대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애슬레저 영역에서 특이점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마음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그루밍(Grooming) 족처럼 남성들도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애슬레저룩은 자기 관리를 하는 ‘매력남’의 인상을 주기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브랜드 들이 상륙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이 애슬레저 라인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예 애슬레저만을 전문으로 하는 편집매장도 늘고 있다. 여성 애슬레저룩 편집숍인 더랩108(theLAB108)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서정 차장은 “그동안 여성 제품을 사면서 남성용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고, 최근 직접 찾아오는 남성 고객들이 급격히 늘어나 남성 라인도 론칭했다”고 전했다.
남성들은 스웻셔츠, 일명 맨투맨티와 후드(모자가 달린) 집업, 트레이닝 팬츠 등을 주로 구매하는 편이라고. 이 차장은 “남성의 경우엔 차콜이나 블랙 등 모노톤으로 선택하면 운동복처럼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다른 아이템과 매치하기 편한 컬러라 애슬레저룩에 처음 도전하는 남성들도 쉽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빔미아·빔미아 맨·피스틸· 아웃 by 더랩108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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