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의 검사평가에서 검사들의 불법 내지 부적절한 행동이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특히, 검사들의 인권 의식 부족이 문제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물론 좋은 평가를 받은 검사들도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하거나 고소취하를 종용하는 경우, 피의자를 모욕하거나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백을 유도하는 검사가 많았다”는 등의 지적은 검찰에서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변협의 검사평가에 대해 검찰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대립적 관계에 있는데 과연 변호사가 검사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반문도 설득력이 있고, 변호사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오히려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평가 결과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것은 그 내용이 평소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은 공권력을 대표하는 가장 힘 있는 국가기관의 하나로서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런 가운데 공익을 위해 기여한 바도 크지만, 권력의 오남용(誤濫用)이 문제 된 사례도 무수히 많았다. 따지자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기관이 그러했으며, 심지어 동사무소 직원들조차 민원인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대하던 것이 불과 20여 년 전 일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로 국가기관들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많이 변했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 대표적 국가기관으로 꼽히는 것이 검찰이다. 다른 국가기관들은 국민을 위해 ‘서비스’한다는 자세가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되는 반면에 엘리트 의식에 충만한 법원, 검찰을 비롯한 일부 권력 기관들에서는 아직도 국민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논란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 수사에서 어떻게 인권을 다 챙기느냐, 정말로 나쁜 놈을 확실하게 잡아야 오히려 선량한 사람들이 보호받는다, 이를 위해 인권에 대한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으로 고압적인 수사를 정당화하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살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검찰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측의 반발처럼 변협이 검사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검사에 대한 평가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면 변협이 아닌 시민단체나 언론 등에서 평가하게 되면 또 어떨까? 아니면 야당에서 평가한다면? 아마도 다른 단체에서 검사평가를 할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이제 검찰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검사들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과정을 객관화·합리화하는 것이다. 지금껏 제 식구 감싸기를 통해 조직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예는 없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부의 자정작용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잖으면 변협의 검사평가가 아닌 국민의 검찰평가가 검찰의 미래에 더욱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다가갈 수 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