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은 21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法外)노조 통보처분 취소’청구 항소심에서 1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을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고법 판결로 전교조는 노조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단체교섭권 상실, 사무실 임대보증금 지원 중단, 전임노조원 학교 복귀 등 그동안 불법으로 누려온 노조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게 됐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대법원의 경우 사실 판단이 아니라 법리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고법의 결정은 전교조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판결임에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전교조의 출범 당시 초심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는 1987년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로 출발해 우리나라 민주화에 중요한 기여를 해 왔으며 1999년 7월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함으로써 합법적인 조직이 되었다. 교육 현장이 산업화, 발전 국가의 도구로,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지탱하는 수단화돼온 부분을 교육자치, 참교육의 이념을 통해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해온 부분에 대한 기여는 분명히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민주화가 정착된 이후 본연의 업무인 교직원노동조합의 역할보다는 정치집단으로 변질돼 오히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대다수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법치국가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규범을 가르치고 모범이 돼야 할 교직원 단체의 규약이 법을 어기는 것을 오히려 권장하는 형태로 나타나 이번에 법외노조로 고법에서도 확정판결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해직된 전교조 교사들을 가입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노조법상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법에 따른 혜택도 모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정치 민주화는 일상적으로 시민, 정당, 국회, 지방의회 그리고 비정부기구(NGO) 등의 몫이다. 정치 과정으로 도입돼 있는 제도와 실제 운영이 다른 이중구조 부분은 법과 제도의 충실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민의식, 주인의식의 확충을 범사회적으로 도모해 나가야 한다.
이제 전교조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법과 체제를 부정하고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단체, 지역사회와 함께 학교 현장을 개혁하고 보람 있는 교직 문화를 일궈 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 나라의 교육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으며 교사의 수준은 바로 교사들의 사기(morale)에 달려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학교 진입 시 역량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똑같은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 교사들의 사기와 보람은 공교육의 붕괴라는 진단과 함께 지극히 위험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전교조의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다른 교직원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교직원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권익과 보수, 그리고 직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급자로서 교직원이 있다고 하면 수요자로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있다. 진정으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원하는 교육과 학습이 가능하도록 전교조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제는 전교조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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