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다수들의 불만 자극
기성 정치인에의 염증도 한몫
오는 2월 1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가운데 세계인의 관심이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득표율에 집중되고 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반짝 인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언론의 조롱을 받았던 트럼프는 보수 기독교도와 백인 노동계급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대세론’까지 등에 업었다. 급기야 트럼프는 지난 23일 “내가 누구를 총으로 쏴도 지지를 잃지 않을 것”이라며 도 넘은 자신감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트럼프 현상’은 보수적인 중산층 백인의 불안감 및 박탈감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 현재까지 유력 언론들의 분석이다. 8년 동안 이어져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평등과 소수인권 보호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백인들의 분노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히스패닉계의 성장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구의 63%였던 미국 내 백인은 2043년 5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멕시코 정부가 성폭행범, 마약범들을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어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출마선언은 거센 비난 못지않은 환영도 받았다. 그는 나아가 불법이민자의 자녀를 포함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폐지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증(green cards)’ 발급을 중단해 미국 내 실업자의 고용을 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충격적인 출마선언 이후에도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백인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특히 그는 유세과정에서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는데, 미 공영라디오 NPR는 “침묵하는 다수는 박탈감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백인 유권자들이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트럼프가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도 트럼프 돌풍에 큰 역할을 했다. 공화-민주 양당 체제 속에서 의회가 통과시킨 법에 대해 반복되는 대통령의 거부권, 예산안에 대한 연방정부의 셧다운 등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와 같은 비주류 정치인에게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유권자들이 ‘정치인’을 찾는 게 아니라 ‘속 시원히 얘기하는 비정치인’에 열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공한 사업가라면 어떻게든 경제를 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출마선언 직후 여론조사에서 단 1%의 지지율에 그쳤던 트럼프를 선두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외신들은 ‘트럼프 현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아이오와 코커스 시작과 함께 거품이 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CBS 뉴스는 지난 2004년 민주당 경선에서 아이오와, 뉴햄프셔 선거를 앞두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투표가 시작된 뒤 기성 정치인들에게 패했던 과거 사례를 지적하며 트럼프 현상이 쉽게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 성향의 잡지 ‘워싱턴 이그재미너’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많은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열풍이 식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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