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리미엄 크게 기대못해
대중은 ‘男보다 엄격한 잣대’
정치능력과 함께‘호감’갖춰야
엘리자베스 돌 등 대권에 도전
페라로·페일린은 부통령 후보
2016년 미국 대선이 1920년 여성 참정권 허용 이후 96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낼 것인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08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대권 도전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기록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역사상 그 누구보다 백악관행에 근접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클린턴 전 장관을 얼마나 지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전체 인구의 52%에 해당하는 여성이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험난한 여성의 미국 대통령 도전사 =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여성이다. 1872년 여성운동가 빅토리아 우드헐이 신생 정당인 평등권당 후보로 대선에 최초로 출마한 여성이었지만, 당선 가능성은 0%였다. 미국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의회에 진출한 첫 여성 60명 중 25명이 남편의 사망에 따른 궐석을 메우는 차원이었다. 1920년 여성 참정권이 전면 허용된 이후에도 1964년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공화·메인) 상원의원, 1972년 셜리 치점(민주·뉴욕) 하원의원, 2000년 대선전에 엘리자베스 돌 전 미국적십자사 총재 등이 줄줄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중도 사퇴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교통부 장관,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돌은 1991∼1999년 미국 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뒤 2000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1999년 10월 출마 의지를 접었다. 펀드레이징도 어렵고 여론 지지도 11%에 불과해 60%를 얻고 있던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에 비해 현격하게 뒤졌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사례도 있다. 제럴딘 페라로(민주·뉴욕) 하원의원은 1984년 대선 때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지만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부통령에게 패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 의해 첫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는데 당시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서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980년 투표권을 행사한 여성은 3920만 명이었지만, 2012년 714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남성 유권자는 1980년 3750만 명에서 2012년에는 6160만 명이었다. 투표율도 여성이 더 높다. 2012년 대선에서 여성 투표율은 63.7%인 반면, 남성은 59.8%였다. 여성 표가 결집하면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표의 53%를 얻으면서 44%를 얻은 데 그친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낙승했다.
◇클린턴, 여전히 ‘대세’지만 적지 않은 걸림돌 = 문제는 여성들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9월 ABC 방송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같은 해 7월 71%에서 42%로 29%포인트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다. 클린턴 전 장관 역시 ‘여성 프리미엄’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 표가 샌더스에게 몰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클린턴 전 장관에게 여성성 부각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12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상황에서 여성 표를 잡기 위해 여성성을 과도하게 드러냈다가는 다른 표가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민주당 TV 토론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무대에 늦게 돌아온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역겹다”며 막말을 퍼부은 것도 클린턴 전 장관의 여성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는 평가다.
여성 후보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도 클린턴 전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에서도 유독 여성에게만 다른 남성보다 더한 자질과 경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턱을 넘은, 클린턴 전 장관과 같이 충분한 정치 경력을 갖춘 인사에게는 또다시 ‘호감성(likeability)’이라는 기준이 적용된다고 여론조사 전문가 셀린다 레이크는 최근 바버라 리 가족재단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밝혔다. 레이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은 호감은 없지만 자질을 갖춘 남성 후보에게는 투표하지만, 자질을 갖췄지만 좋아하지 않는 여성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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