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 논설위원

명(名)과 실(實)의 간극이 한마디로 야바위판인 국회선진화법이 제19대 국회의 낙조를 더 칙칙하게 만든다. 제18대 동물국회가 막판에 그나마 ‘진화’를 도모한답시고 국회법 유전자를 바꿔 의장 직권상정 권한을 없애다시피 하고 의결정족수도 사실상 재적 5분의 3으로 더 높였… 아니, 드높였다. ‘소수(少數)의 비토권’을 보장해 그러잖아도 사나운 야, 그 야당을 마, 마피아로 변신시킨 ‘야피아법(法)’이다. 그 법 시정할 무대가 지난 연말까진 3개 막이더니 1월 들어 서너 막 늘어 제7막까지 열렸다.

1막, 여야가 제19대 임기 내 합의 개정해 다수결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복원하는 방안이다. 지금 저 국회가…? 글쎄.

2막, 차기 제20대 국회를 쳐다보고 여야 어느 한쪽에 재적 5분의 3 이상, 그러니까 180석 넘게 몰아주는 방안이다. 여야 한 묶음의 국회 독선 이미 가당찮은데 하물며 1당 독재를…? 아서라. 아차 하면 더 큰일, 되돌릴 수도 없어진다. 그런데 혹…, 쉿!

3막, 헌법재판소를 향해 2014년 9월과 지난해 1월 이래의 헌법소원·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위헌을 부디 4·13 총선 전에 확인해줄 것을 호소하는 방안이다. 그나마 현실적이다. 28일 헌재의 권한쟁의 사건 공개변론에 쏠린 국민적 관심도 드높다.

4막, 국민투표 대안.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총선 공약으로 국민투표를 통한 수정을 제안하면서 역시 헌재부터 먼저 쳐다봤다. “공개변론을 여는 만큼 결론을 지켜보되 거기서 해결이 안 되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들 했다.

5∼6막은 선진화법 개폐안의 직권상정 내지 국회법 제87조, 위원회 폐기안의 부활 규정을 동원한 본회의 직행 방안이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앞서 11일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땐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을 강청하더니, 어느새 제87조 가설 무대를 걷고 있다.

7막은 정 의장이 21일 제시하고 25일 부연한 중재안. 권 의원 발의안처럼 직권상정 조항을 다듬을 게 아니라 ‘5분의 3의 독소’ 그 자체를 과반수로 희석시켜야 의회민주주의가 복원된다는 주장이다.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긴 한다만 여야가 모두 미지근해 현실성이 가물가물하다. 국회법 제20조의2 ‘무(無)당적 의장’의 진정성이 가위 진퇴양난이다. 아 참, 모레 헌재 대심판정의 기류는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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