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캘리포니아주 샌게이브리얼에서 열린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 주최 모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캘리포니아주 샌게이브리얼에서 열린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 주최 모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히스패닉은 ‘분열’③ 소수인종 표심 향방

- 캐스팅보트 쥔 아시아계
美서부 인구의 9.3% 해당
하와이선 38.6%나 차지
4년전 오바마에 73% 쏠림

- 표심 갈린 히스패닉계
중남미 출신 크루즈 등장
민주 이탈… 공화로 분산
NYT “올 라틴 몰락의 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아시안 파워’가 강력하게 부상할 전망이다. 아시안 인구 비중은 2014년 현재 5.4%지만, 한쪽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표하는 ‘몰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이번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당선을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2008·2012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줬던 히스패닉 표심은 테드 크루즈(텍사스)·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중남미 이민자 가정 출신의 공화당 후보가 나오면서 이번에는 분열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는 ‘라틴 몰락’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43년,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백인 인구 =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 전체 인구는 3억1874만 명이다. 이 중 백인은 1억9810만 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62.2%다. 하지만 백인 비중은 2043년 50% 아래로 떨어지고, 2060년에는 43.6%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60년에는 현재보다 인구가 8.2%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인종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히스패닉이 대표적으로, 2014년 5541만 명(비중 17.4%)에서 2060년 1억1904만 명(28.6%)까지 늘어난다. 114.8% 증가로, 2060년에는 미국인 4명 중 1명은 히스패닉이라는 이야기다. 흑인 인구도 4203만 명(13.2%)에서 2060년에는 5969만 명(14.3%)으로 소폭 늘어난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아시안 인구 성장이다. 아시안 인구는 2014년 현재 1708만 명으로 전체의 5.4%에 불과하지만, 2060년에는 3896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가세는 히스패닉을 뛰어넘는 128.1%로, 인구 비중도 10%에 육박하는 9.3%까지 뛰어오를 예정이다.

실제로 아시안 표는 2012년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아시안 유권자 표의 73%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향하면서 대통령 연임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아시안 유권자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투표율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히스패닉(71%), 여성(53%)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 아시안의 ‘몰표’와 히스패닉의 분열 = 이런 아시안 유권자의 ‘몰표’ 경향은 1992년에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다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당시에는 아시안 투표자의 74%가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 20년 만에 민주당 ‘몰표’로 방향이 바뀐 셈이다.

세실리아 모 미국 밴더빌트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시안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 변화는 매우 극적이며, 어느 인종 그룹도 짧은 기간 안에 정반대로 변한 사례가 없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공화당의 ‘아시안 침식(Asian erosion)’ 현상으로 명명할 정도다”고 말했다.

또 아시안의 민주당 지지는 ‘소득이 높을수록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가설도 깨뜨리고 있다. 아시안 가구의 중간소득은 2009년 현재 6만5469달러로, 백인 가구 중간소득인 5만1863달러보다 높다. 흑인·히스패닉 가구는 각각 3만2584달러, 3만8039달러였다.

특히 아시안 인구가 집중 거주하는 주에서는 그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의 아시안 인구 비중은 9.3%에 달하면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와이 인구의 38.6%가 아시아계이며, 캘리포니아주의 아시안 인구 비중도 13%에 달한다. 뉴저지주(8.3%)와 뉴욕주(7.3%), 워싱턴·네바다주(각각 7.2%), 버지니아·메릴랜드주(각각 5.5%) 등에서도 아시안 인구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의 경우 1.7%, 플로리다주의 경우 2.4%가 아시안이다.

아시안 유권자의 투표율도 증가 추세다. 1996년 이후 2013년까지 아시안 투표율은 105% 신장했지만, 백인 유권자 투표율은 같은 기간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히스패닉은 그동안 구심점이 됐던 이민에 대한 의견이 분화되면서 표가 갈리고 있다. 단합할 수 있는 가치가 사라지자 히스패닉 유권자 운동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뭉치고 있는 흑인 그룹에도 밀리고 있다.

또 미국 사회에 정착한 히스패닉 그룹은 관심사가 이민에서 경제 문제로 옮아갔고, 저소득 히스패닉은 투표권을 행사할 여유가 없다. 히스패닉 유권자가 2008년에 비해 2012년 140만 명 늘어난 1120만 명에 달했지만, 투표율은 2008년(49.9%)보다 떨어진 48%였다.

하지만 아시아계도 낮은 투표율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아시안 투표율은 인종 그룹에서는 가장 낮은 47.3%였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최근 “아시안은 인구 증가율이 가장 빠른 소수 인종이지만 가장 투표를 안 한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 승리 기금이 결성돼 아시안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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