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김종양 인터폴 부총재가 인터폴 집행위원 조직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김종양 인터폴 부총재가 인터폴 집행위원 조직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김종양 인터폴 부총재

김종양(55·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인터폴(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국제형사경찰기구) 부총재는 웃음이 많고 인상이 좋았다. 전 세계 테러·국제범죄에 대응하는 인터폴 부총재를 맡고 있다고 하기에는 그의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구수하게 들렸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는 “노래 가사를 쓰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트로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부총재의 첫인상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을 지내다 전직해 경찰 고위직을 지낸 후, 지난해 11월 5일부터 인터폴 부총재까지 맡고 있는 그의 화려한 이력과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차분하고 인상 좋기만 하던 얼굴 표정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신중하고 진지해졌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김 부총재의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이어졌다.

김 부총재는 지난해 12월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를 통해 경기지방경찰청장 직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민간인이다. 앞선 11월 5일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제84차 인터폴 총회에서 부총재로 당선됐다. 우리나라 경찰로서는 2000년 김중겸 충남지방경찰청장에 이어 두 번째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인터폴에 대해 물었다.

―인터폴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보통 인터폴이라고 하면, 영화 ‘007시리즈’의 비밀 요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해 수사하는 요원 말이죠. 그러나 실제로 인터폴은 이런 요원들이 속해 있거나,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은 아니에요. 세계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 테러, 재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를 가입단위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정의하는 게 정확합니다. 현재 190개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 사회 유일의 범세계적인 경찰 협의체라고 보면 됩니다. 프랑스 리옹에 인터폴 본부가 있고, 제2청사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사무소와 대륙별로 산재해 있는 7개 지역 사무소에 총 8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구인 것을 보면, 부총재가 해야 할 일도 많겠군요.

“인터폴의 중요한 조직 중 하나가 집행위원회입니다. 집행위는 인터폴 사무총장 단수 후보자 선출은 물론 인터폴 사무총국 업무에 대한 심의·의결, 재정 감독 등 인터폴의 업무 방향을 결정·관리 감독하는 기구입니다. 집행위에는 총재 1명이 있고, 대륙별로 부총재 1명(총 3명)과 집행위원 2명(총 9명)씩 있는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부총재 임기는 3년이고, 1년에 통상 3번 개최되는 집행위 회의에 참석합니다. 부총재와 집행위원들은 각 대륙 대표로 세계 경찰 협의체 최고 지도부 역할을 합니다. 다만, 집행위 위원들은 인터폴에 상주하며 일을 하지는 않아요. 비상임으로 일하며, 평소에는 각종 보고를 받고, 총회 등이 있을 경우 참석하게 됩니다.”

김 부총재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의 경찰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조직의 부총재 자리이다 보니 선거 과정도 치열할 듯 보였다.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부총재 출마를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국내 직책 수행도 바쁜데, 국제사회 리더까지 할 여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죠. 그러나 모처럼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을 높일 기회가 왔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고민을 하다 지난해 초부터 선거운동을 하던 카타르 후보보다 훨씬 늦게 출마 선언을 했어요. 선거를 2개월 앞둔 9월쯤 공식 출마 선언을 했죠. 제 개인적인 역량보다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부총재직 당선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제 당선 사실과 별개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또 외교부에서도 제가 해외 공관을 통해 투표권을 가진 각국의 경찰청장과 접촉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셨습니다.”

그는 경찰에서 최고위직을 지냈다. 김 부총재가 지낸 치안정감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을 제외하곤 경찰 내 6명밖에 없는 직위다. 경찰청장 임기가 남아 있는 마당에 승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보직 이동이라도 해서 현직에 더 머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지 않았을까.

“인사와 관련해서는 조직 수장의 입장을 존중해야죠. 30년 동안 헌신했던 조직을 떠나게 돼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오히려 저를 위한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생각입니다.”

항상 웃음 많은 김 부총재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여실히 드러나는 답이었다.

그의 긍정적인 단면을 엿보니 좌우명 같은 게 남다를 것 같았다.

―마음에 담아 두는 ‘경구(警句)’ 같은 게 있나요.

“제가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낱말은 ‘열정, 겸손, 자랑’이었습니다. ‘업무에는 열정을, 사람에게는 겸손을, 그리하여 가족, 동료, 친구들에게 자랑이 되자’는 것이죠.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직 경찰관이 아닌데, 인터폴 부총재직 수행에 문제는 없나요.

“저를 제외한 집행위 소속 부총재·집행위원들이 각국 장관이나 경찰청장을 맡는 등 모두 현직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집행위 규정에 꼭 ‘현직만 집행위 위원을 맡을 수 있다’는 조항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부총재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30년 경찰에 몸담았던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뭘까 궁금했다. 인터뷰 초기부터 인터폴 얘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봐선 “인터폴 부총재 당선”이라 답할 줄 알았는데, 사건을 꼽는다. 역시 ‘천생 경찰’이기 때문인걸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뭡니까.

“아무래도 가장 최근인 경기경찰청장 재직 시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 발생한 ‘안산 인질극(살해범 김상훈(46)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 전 남편 집에 침입,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막내딸(16)도 살해한 뒤, 큰딸(17)과 전 남편의 동거녀를 인질로 삼아 협박한 사건)’이 많이 생각납니다. 당시 현장에 도착했는데, 상황이 긴박했습니다. 관할 경찰서장과 함께 직접 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인질범과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인질범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때가 경찰 특공대 투입시점이었습니다. 워낙 급박해서 제가 특공대랑 함께 인질범이 있는 집 안으로 함께 들어갔습니다. 무장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어 맨몸으로 들어갔죠. 사건이 잘 해결돼 다행인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했던 순간이기도 하네요.” (그는 일에 미쳐 있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인터폴에 몸담고 있으니 국제적인 테러 위협에도 관심이 많을 듯 하네요.

“맞아요. 인터폴도 테러 예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관련 요소를 예방하고, 테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인터폴 적색수배서(Red Notice) 등을 통해 한 해 전 세계에서 1만여 명의 수배자들이 검거됩니다. 2014년 기준으로 범죄자 인적정보, 지문, DNA, 도난분실 여권, 아동 성학대물, 도난차량, 도난예술품 등 5000여만 건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 문제, 난민 문제와 이에 따른 국경 통제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테러 방지 관련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사무국의 임무이지만, 저희 집행위에서도 이런 부문을 세밀하게 챙길 계획입니다.”

―한국인이 인터폴 부총재를 맡는 것이 우리나라가 테러로부터 더 안전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한국은 인터폴에 속해 있는 중요 국가입니다. 물론 제가 부총재를 맡고 있는 만큼, 인터폴에 모이는 각종 범죄 관련 정보가 우리나라에 빨리 제공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부총재직을 수행하는 것이 무척 바쁠 것 같은데.

“인터폴 부총재는 세계 각국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인터폴의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저를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치안에 관심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한번 와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인터폴 집행위 자체가 경찰 관련 고위직들이 정례적으로 만남을 갖는 자리인 만큼, 한국 경찰 대표 자격으로 전 세계 경찰·정부와 네트워킹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요.

“공직은 마감했지만, 인터폴 부총재로서 전 세계 경찰청장 등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여건, 그간의 국제 경찰사회에서 다진 네트워크 등 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과 전문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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