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무상원조 사업으로 갈라파고스에 건립된 친환경 태양광 발전소 전경.
갈라파고스 군도는 남미 대륙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찰스 다윈이 1835년 비글호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 후일에 진화론을 세우는 데 영감을 얻었던 곳으로도 유명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의 주요 대륙으로부터 고립돼 진화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고, 태평양의 심수 해류, 파나마의 열대 해류, 페루의 한류 등이 한 데 어우러져 해양생태계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4년 우리 정부(KOICA)가 무상원조사업으로 준공한 친환경 태양광발전소가 이러한 생태계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섬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혹시 아직 정답이 알쏭달쏭한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힌트를 드리고자 한다.
이 나라는 적도를 끼고 있는 화산의 나라이다. 본토에만 30여 개의 화산이 있고, 갈라파고스에도 14개나 된다. 안데스 산맥이 남북으로 이 나라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산맥 가운데에 긴 계곡 분지가 형성돼 이 분지를 따라 도로와 주요 도시들이 형성돼 있다. 독일의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훔볼트가 이 나라를 탐험하면서 이 길을 ‘화산의 길(Avenida de los Volcanes)’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도 이 길 양쪽에 5000m 이상 높이의 화산들이 분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 나라는 사실 파나마 모자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 파나마 모자는 파하 토키야(paja toquilla)라는 야자수과 식물의 섬유를 원재료로 해 손으로 직접 짜서 만드는데, 파나마를 거쳐 전 세계에 수출됐기 때문에 원산지국 이름이 아닌 파나마 모자로 불렸다.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공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 모자를 써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쯤 되면 남미의 어느 나라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적도가 이곳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나라 이름도 적도라는 뜻이라고 하면 아하, 이 나라로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2014년 말 이곳 에콰도르에 부임해 틈틈이 지방여행을 다녔는데, 자연 풍광이 스위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마존 열대우림부터 극지 기후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고 ㎢당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풍부한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에콰도르는 알고 보면 우리나라와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는데, 기억해둘 만한 것이 하나 있다. 1976년 현대의 포니 자동차 5대를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국가가 바로 에콰도르란 사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나아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역사에 있어 나름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양국관계가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에콰도르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한국에 관심이 많고, 가보고 싶어 하고, 또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을 이미 선진국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너무 멀다고 한다. 남미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이 지리적 거리가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간 인적·문화적 교류나 경제협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이 지리적 거리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선사시대에는 북방 아시아 민족이 베링해를 거쳐 미주대륙으로 이주했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정보기술(IT)과 교통수단의 발달이라는 새로운 베링해가 양 대륙을 연결해주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남미 대륙과의 관계가 북미나 유럽, 동남아와 같은 정도의 교류협력이나 접근성, 문화적 친밀감을 가지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단순한 호기심과 관광의 대상이 아닌 전략적 협력과 동반성장의 파트너로서 남미대륙을 바라보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전성기 때 지중해를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즉 ‘우리들의 바다’ ‘내해(內海)’라고 불렀다. 지구촌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와 남미대륙 사이에 놓여 있는 태평양도 언젠가는 미래의 마레 노스트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