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을 떠나 보내고 그 허탈감과 상실감이 너무 힘들다.’ 지난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차남 김현철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때는 황태자로 불린 그였지만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공허함은 컸을 것이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의 아들들 중 현철 씨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가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동아들 박지만 씨는 부모를 모두 비명에 보낸 이후 절망감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수차례 구속되는 곡절의 삶을 살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3형제도 비자금 관련 수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는 정계 입문을 시도하다 아버지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후 출마의 뜻을 접었다. 이후에 부인과 이혼소송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아버지의 자살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LG전자를 휴직하고 지금은 중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형제는 ‘홍삼 트리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 3선을 한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얻은 파킨슨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차남 홍업 씨와 3남 홍걸 씨는 각각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로 같은 시기에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홍업 씨는 17대 때 전남 무안·신안에서 국회의원을 했으나 18대에는 낙선했는데 이제 홍걸 씨가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정치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권력자 아들 주변에 모여드는 각종 이권 청탁과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아들 신분으로 전문직이 아니면 특혜 시비 때문에 변변한 생업을 찾기도 힘들다. 그런 상태에서 정치에 뛰어들면 ‘정치적 금수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 정치가문인 부시가(家)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 ‘결정의 순간’에서 자신이 정치적 야망과 책임감을 키운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 때 따라다니며 뒤에서 지켜본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도 대권 주자 가족을 양지(陽地)로 이끌어내 공적(公的) 의식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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