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기자회견 통해 발표

BBC “사우디, 총리에게 송금
무슬림형제단 정당 집권 막아”


최근 불거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6억8100만 달러(약 8200억 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선물’로 결론 난 가운데, 사우디가 말레이시아 정치인에게 거액의 뭉칫돈을 기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집 총리는 최근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의 스위스 은행 계좌 등을 통해, 자신의 개인 계좌로 6억8100만 달러를 송금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아판디 알리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나집 총리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선물’로 밝혀졌다”고 발표, 반부패위원회에 사건 종결을 지시했다. 외신들은 “나집 총리를 부패한 지도자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와 야권, 일부 시민단체는 ‘개인적인 돈거래’로 결론 낸 이번 정부 발표를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영국 공영방송 BBC는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 정부가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 총선 당시 나집 총리의 개인 예금계좌에 거액의 기부금을 송금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집트 정당 무슬림형제단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왕가가 집권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의 나집 총리에게 선거 자금을 후원한 이유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말레이시아 야당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소식통은 BBC에 “압둘라 당시 사우디 국왕은 이집트의 군부 독재정권을 전복시킨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왕가는 자신들이 지원한 선거 자금을 통해 무슬림형제단 연계 정당인 PAS를 패배시키기를 바랐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집트 군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될 때 사우디 왕가가 이집트 군부에 병력과 자금을 지원했던 점을 보면 그들의 의도가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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