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중국인 부부의 인천공항 밀입국 사건은 테러 전문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의 테러 대비 태세가 너무 허술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연간 4900만 명이 이용하는 국가 제1의 관문이고 최고의 보안 대상이다. 더욱이 그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교통보안청(TSA)은 인천공항의 보안 상태를 높이 평가해 왔고, 특히 지난해에는 출입통제 시스템, 검색장비 및 검색 절차가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해온 인천공항이 중국 민간인에 의해 14분 만에 뚫렸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지만, 유럽 연쇄 테러와 북한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보안 대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과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이 9·11 테러 예방 실패 원인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2004년 발표된 미국 의회 조사 보고서는 9·11테러 예방 실패 원인으로 상상력의 결핍, 정보 공유의 부족, 테러 마인드의 부족을 지적했다. 그들은 항공기가 테러 대상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테러 수단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간에 정보 공유가 안 돼 수집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물론 모두가 정보기관의 테러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아 여섯 번이나 있었던 테러 적발 기회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인천공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밀입국자는 위조 여권을 사용하거나 여객 터미널 담을 넘어 밀입국할 것으로 생각했지, 출국 통로를 통해 출입문을 뜯고 당당하게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항공사가 승객 2명이 탑승하지 않은 사실을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했으나 26시간이 지나서야 공항공사에 통보됐다. 경비요원은 밀입국자가 출입문을 뜯는 것을 보고도 누구냐고 묻지 않았고, 출입문 파손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최상급 보안시설이 이 지경이니 우리의 테러 대응 태세가 총체적 부실일 것으로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형편이 곧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42개국 중 37개국이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있고, 영장 하나만으로 휴대전화, 팩스 등 모든 통신 수단의 감청과 계좌추적이 가능하다. 영국, 캐나다, 호주는 테러 단체 지원은 물론 선전·선동 행위에 대해서도 최고 10∼25년 형을 선고한다. 그러나 우리는 휴대전화 감청도 할 수 없고 민란을 일으키자고 선동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 더욱이 테러방지법은 15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고, 테러 예방에는 정보적 대응이 핵심인데 야당은 지휘 업무를 총리실 등 행정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억지를 쓴다. 그래서는 정보 출처 보호와 외국 기관과의 정보 협조가 어렵다. 미국이 대테러센터(NCTC)를 국가정보장실(ODNI) 산하에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데다 이번 인천공항 사건까지 겹쳐 우리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북한이 우리의 확성기 방송 재개에 온건하게 대응하는 것은 더욱 수상쩍다. 북한이 흔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제 테러 대응 태세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크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