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후보 강세속 ‘기회’
페로·네이더 역대 제3 후보
양당서 “득표분산” 비난받아
올해 11월 8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 마이클 블룸버그(73) 전 뉴욕시장이 제3 후보로 출마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당선 가능성과 함께 미 대선 역사 속 제3 후보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출마설이 불거진 이튿날(24일), ‘블룸버그 뷰(The Bloomberg View)’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도 노선을 취하는) 블룸버그 전 시장 같은 제3당 후보가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이민자 추방 등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 등 미 정통 양당의 극단화는 제3 후보들에게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 23일 뉴욕타임스(NYT)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측근들에게 ‘대권 플랜’을 짤 것을 지시했고,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쓰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해 제3 후보 출마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양당제 구도가 확립된 미국 정치시스템에서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는 늘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다수당 후보들이 외면하는 이슈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표를 분산시킨다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지난 1992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텍사스 기업가 출신의 로스 페로가 대표적이다. 당시 19%의 득표율을 얻은 그는 재선에 도전했던 공화당 조지 H W 부시의 표를 잠식,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후 2000년 대선에서는 소비자 보호 운동가로 명성을 떨치던 랠프 네이더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전국 유효 투표의 2.7%를 얻어 미국 역사상 제3당으로는 상당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빙으로 펼쳐진 선거에서 그의 득표는 민주당 성향의 진보 표심을 분산시킨 것으로 분석되면서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조지 W 부시 당선의 일등공신, 선거 훼방꾼”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올해 대선에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성향은 중도로 분류된다. 월가 출신인 그는 블룸버그통신을 설립, 세계적 언론사로 키워냈으며 2002년부터 세 번의 연임을 통해 12년간 뉴욕 시장을 역임했다. 원래 민주당원이었으나 2001년 공화당으로 적을 바꾼 뒤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2009년 3선에 도전할 때는 공화당을 탈당, 현재까지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WSJ는 “지난 대선에서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당선 가능성이 낮았지만 소란스러운 올 대선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양당이 당원들을 결집하기에 약하거나 극성인 후보들을 지명한다면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총기 규제나 기후변화, 이민법 개혁 문제 등에서는 민주당 노선과 비슷한 반면, 경제문제나 외교정책은 중도에 가깝다.
이 때문에 양당 노선의 극단에 놓인 트럼프나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이 많은 억만장자라는 점 역시 선거 모금 압박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강력한 유세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재미 한인유권자단체인 ‘시민참여센터(KACE)’의 김동석 대표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보다는 ‘공화당의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공화당 지도부는 후보를 블룸버그 전 시장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