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보 12명 난립속 ‘막말’ 트럼프 지속적 선두
민주는 사회주의자 샌더스… 힐러리 대세론 강력한 위협
양당체제 정실·엘리트주의, 다양한 유권자 이해 대변못해
거액 기부자들에 좌우되는 ‘돈선거’ 부작용 거부감 심해
2016년 미국 대선의 ‘아웃사이더’ 돌풍은 전통적인 민주·공화당의 양당 체제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후보 12명이 난립하고 있는 공화당 경선에서는 원색적 막말과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는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 주류 출신인 유력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때문에 비틀거리고 있다. 이런 기현상 이면에는 민주·공화당 주류가 유권자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적 한계가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현상’을 분석하면서 “한때 위대했던 정당이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 위기에 빠진 민주·공화당 주류 세력 = 공화당 주류 세력은 선두주자인 트럼프에 이은 2위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라는 점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 내 극단적 보수 세력인 ‘티파티’가 지원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화당 주류가 밀었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WP는 “공화당 주류의 당면 목표는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는 것”이라고 전할 정도다.
공화당에는 ‘부적절한’ 인물이 넘쳐나는 반면, 민주당은 차세대 정치인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경선에 출마한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각각 69세, 75세로 당선시 차차기 대선 출마가 쉽지 않다. 민주·공화당은 내부적 분열에도 노출돼 있다. 민주당에서는 ‘샌더스 열풍’이 시사하듯이 ‘좌향좌’에 대한 열망이 강렬하고, 공화당 주류는 ‘티파티’에 뿌리를 둔 ‘프리덤 코커스’가 좀 더 급진적인 보수화 정책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현상에도 공화당 주류가 수용하지 못한 백인 노동계층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매슈 다우드는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제3 후보의 부상과 양당 체제 약화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현행 정치체제와 양당 독점 구조에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유권자층도 빠르게 분화하면서 정치적 정체성을 무소속이라고 밝히는 유권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돈 선거’ 등에 대한 염증도 한몫 = 각각 1828년, 1854년 창당한 민주·공화당 양당 체제는 정치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 구조와 정실주의, ‘돈 선거’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념적으로는 극단에 위치한 민주당의 샌더스 지지자들과 공화당의 프리덤 코커스가 정치 개혁에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정치시스템 개혁과도 맞닿아 있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일부 계층·집단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선거에서 ‘큰손’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7610만 달러를 모금한 클린턴 전 장관의 경우 전체 모금액의 64%인 4870만 달러가 2000달러 이상을 기부한 ‘큰손’에게서 나왔다. 대통령 2명을 배출한 조지 H W 부시 가문의 부시 전 지사가 모금한 2480만 달러의 80%(1989만 달러)도 2000달러 이상 기부였다. 반면에 ‘돈 선거’ 타파와 월가 개혁을 내건 샌더스 의원은 총 412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 중 82%가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였다.
간접적 방식으로 무제한 정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슈퍼 특별정치활동위원회(PAC)’ 모금액까지 감안하면 ‘큰손’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9월 후보별 ‘슈퍼 팩’ 자금을 분석한 결과,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개인·기관이 64곳에 달했다. 총액은 1억3290만 달러로, 민주·공화당 후보들이 직접 모금한 1억2220만 달러, 1억4730만 달러와 유사한 금액이다. 주요 후원자는 월가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클린턴 전 장관에게 100만 달러)와 부동산개발업자 앨 호프먼(부시 전 주지사에게 100만 달러),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크루즈 의원에게 1100만 달러) 등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부시 전 주지사가 오는 2월 7일 ‘슈퍼볼’ 경기에 1400만 달러를 들여 중간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것도 ‘슈퍼 팩’ 덕분이다. 이는 미국 대선이 상위 1%의 억만장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통념을 재확인하는 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에 더욱 민감해진 유권자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CNN 방송은 최근 “트럼프와 샌더스 의원이 한 가지는 확실하게 공유하고 있는데, ‘현행 정치체제는 부패했으며 우리는 거액 기부자의 주머니에 기대지 않는 후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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