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앞 거리에 4·13 총선을 겨냥한 정당 행사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즐비한 가운데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28일 국회 앞 거리에 4·13 총선을 겨냥한 정당 행사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즐비한 가운데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전문가들 총선정국 비판“4년간 정쟁만 일삼더니
민생현안 선거서 사라져”

“與 공천·野 연대 얘기만
각 당 정책차이 알수 없어”

“3~4개월전 후보 선출해
정책선거 유도 법제화를”


전문가들은 20대 총선의 ‘정책 실종 사태’를 지적하면서 “여야가 4년간 정책 경쟁은 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다 보니 선거도 싸움질로 치르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이 공천 지분 확보 등 계파 이해관계와 정치 공학에만 매몰돼 정작 민생과 관련된 정책을 등한시하는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 3∼4개월 전까지 후보 선정을 마무리하는 방안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상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19대 국회가 총선마저 대충 싸움질로 치르려 한다”며 “이대로라면 정책 선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여권은 공천 방식 이야기만 하고 있고, 야권은 연대와 통합 이야기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정책을 기준으로 정당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당이 생기면서 국민들은 각 당의 정강 정책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그런 내용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고, 인물 경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처럼 정책이 사라진 선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0년 교육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됐고, 지난 2012년 총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을 화두로 정당 간 정책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여야 의원들 모두 자신들의 지역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공천은 받을지에 노심초사하는 모습만 있고 민생 문제 등 정책 현안들은 내팽개쳐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2012년 4월 총선은 대선(12월)이라는 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둔 상황이었다면 이번 총선은 그런 대형 이벤트가 사라져, 현역 의원들이 총선 이후 당권 등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책 실종 사태를 진단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를 노리며 분열하지만 않으면 이긴다는 ‘전략 아닌 전략’만 내세우고 있고, 야권은 여권과의 경쟁보다는 다른 야권 정당을 누르기 위한 세 불리기, 개혁 경쟁에만 나서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가 정책 경쟁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후보 선출 과정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차분히 공약을 만들 수 있도록 후보 선정 시기 등을 선거법에 정해놨는데 우리도 최소한 선거 3∼4개월 전에는 모든 공직 후보를 선출하도록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가 선출되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졸속 정책만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당 간 정치적, 정책적 논쟁”이라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정치권은 계파 갈등을 접고 청년 일자리 문제,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인한 복지 관련 정책 등에 대한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하·손우성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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