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복권·도박에 의지
스마트폰 등 접근도 용이
상담신청 6년새 10배 폭증
지난 2012년 서울의 한 명문대를 졸업한 후 공기업에 입사한 A(31) 씨는 회사 내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2013년 초 동네 복권방에서 스포츠토토에 5000원을 베팅해 수십만 원을 딴 이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일확천금을 위해 월급은 물론,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 사설 인터넷 스포츠 도박에 베팅했지만 2014년 12월엔 3억 원의 빚만 남았다. 도박 빚 때문에 월급까지 압류당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A 씨는 회사에서도 해고당했다.
서울 한 중소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B(35) 씨는 2011년 입사 후부터 사설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다. 1년여가 지난 뒤 그에게 남은 건 1억5000만 원의 빚뿐이었다.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도박을 이어가던 B 씨는 자신이 모은 돈과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합해 1억 원을 추가로 날렸고, 이달부터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도박에 손을 댔다”며 “2013년부터 도박중독자들의 모임에도 나가봤지만 끊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탕’ 생각에 도박의 유혹에 걸려드는 20∼30대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불황 장기화와 취업난, 기업 구조조정 등 맞닥뜨린 현실이 불안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다 가진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해고와 파혼 등 수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8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에 중독돼 센터에 상담을 신청한 20∼30대 젊은이들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20대(19∼29세)는 14배가량, 30대(30∼39세)는 9배가량 증가했다. 20대 상담 신청자는 2009년 75명이었으나 2011년에 236명, 2014년은 1105명으로 늘었고, 30대는 같은 기간 183명, 543명, 1767명으로 각각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은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원은 “요즘엔 상담 신청자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라며 “결혼 자금 문제로 고민하던 평범한 20대 회사원이 도박에 손을 댔다가 모은 돈을 모두 잃고 파혼당하기도 하는 등 도박에 중독된 젊은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성범 포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번지는 한탕주의의 원인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취업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가 무수히 생겨나면서 20∼30대가 도박에 빠져들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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