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사촌 송몽규 울분 절절
6억 저예산… 내달 18일 개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흑백으로 단아하게 펼쳐지는 화면에 죽어서야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가 흐르며 꾹꾹 눌러뒀던 감정이 비로소 폭발한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동주’(사진)에는 일제 강점기 어둠의 시대에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6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윤동주(강하늘)와 그의 사촌인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다른’ 성향을 비교하며 그들의 고민과 울분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윤동주의 일대기를 영화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집에서 자란 동갑내기 두 사람은 문학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시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동주와 달리 산문을 좋아하는 몽규는 거침없는 행동으로 일제에 저항한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에 들어간 두 사람은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벌이면서 조선에 대한 수탈의 고삐를 조이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동주는 조선에서 조선말로 문학을 하지 못할 바에 일본에 가서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이었고, 몽규는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려 한다.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주는 ‘히라누마’(平沼)로, 몽규는 ‘소무라’(宋村)로 창씨개명한다. 두 사람은 학병 징집 거부로 일본에서 경찰에 체포돼 후쿠오카 감옥에 갇힌 후 동주는 29세인 1945년 2월 16일 형무소에서 숨지고, 몽규는 그해 3월 10일 동주를 뒤따랐다.
일본 형사가 동주와 몽규를 취조하는 장면과 이들의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동주의 생에 중요한 순간과 맞물려 그의 시 10여 편이 등장한다. 동주 역의 강하늘이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들이 비극적인 윤동주의 삶을 떠올리며 큰 울림을 전한다.
이 감독은 29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영화 제목을 윤동주의 이름으로 정한 것이 그가 창씨개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강조하려 한 거냐’는 질문에 “의미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받는 것”이라며 “그런 해석에 감탄한다”고 답했다. 2월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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