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업이 번창하시더군요.”
호텔 한식당에서 둘이 만났을 때 포킨이 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감사합니다.”
따라 웃은 김광도는 포킨에게서 짙은 술 냄새를 맡았다. 포킨과 세 번째 만나지만 모두 술 냄새가 났다. 그리고 단둘이 독대하는 것도 같다. 항상 김광도를 수행하는 안기창은 포킨이 독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뇌물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한정식 상에 보드카를 시켜서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김광도가 말했다.
“시장님, 5지역에 가건물이 6개가 되었습니다. 불법이니 시에서 처리를 해주시지요.”
“아, 그래요?”
술잔을 든 포킨이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를 보았다.
“보고를 받았습니다. 조처를 해야지요.”
“2개가 또 늘었습니다.”
“그놈들이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한입에 술을 삼킨 포킨이 말을 이었다.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김 회장님.”
“그래도 법을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머리를 끄덕인 포킨이 이제는 웃음이 가신 얼굴로 말을 이었다.
“조처를 하지요.”
“신세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천만에요.”
제 잔에 다시 술을 채운 포킨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경주시에는 대성전자의 공장을 중심으로 전자산업이 육성되는 중이다. 중소 규모의 공장이 수백 개였고 지금도 하루에 한 개꼴로 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그때 김광도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시장님, 방에서 잠깐 쉬고 가시지요.”
포킨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빙그레 웃었다.
“601호실에서 쉬고 계시면 호텔 사람이 찾아뵐 것입니다.”
“아, 그래요?”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한 포킨이 따라 웃었다.
“그럼 잠깐 쉬고 가기로 할까요?”
“어쨌든 잘 부탁합니다, 시장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지금까지 포킨에게 호텔방 안에서 뇌물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601호실은 스위트룸으로 넓은 욕조에 사우나실까지 구비되어 있다. 거기에다 마사지걸까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포킨은 마사지걸과 진한 섹스를 나누고 나서 돈 가방을 갖고 떠난 황홀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 건성으로 저녁을 마친 김광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탁자 위로 키를 밀어 놓았다. 601호실 키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김광도가 악수를 청하면서 포킨에게 말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시장님.”
“번번이 감사합니다, 김 회장님.”
힘차게 김광도의 손을 흔든 포킨이 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잘될 겁니다, 김 회장님.”
지난번에도 잘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일이 더 복잡하게 꼬였었다. 어색하지 않게 김광도는 먼저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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