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으로 조선족 이민을 대거 받아들이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때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제 몸 추스르기에 바쁜 와중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라고 비판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조선족이 애 낳는 기계인가”라고 반문하며, ‘연탄 색깔’ 인종 비하에 이은 조선족 비하라고 비난했다.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었든 간에 ‘조선족 수입’을 거론한 것 자체는 결코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탈북자·조선족들의 불만이 흉중의 시한폭탄처럼 사회통합의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조선족’이란 범주를 특정해 의도적으로 인구 수입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경제의 ‘신 넛크래킹’과 더불어 한국이 이미 실기(失機)한 것이 아닌지 의심케 하는 가장 중요한 미래의 불안이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안목으로 보면 저출산이나 고령화 모두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려 한국을 쇠퇴시키는 암적 요인들이다. 두 가지 단어, 아니 문제들이 늘 함께 다니기 때문에 종종 단도직입 해법을 제시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리는 정치인, 특히 지도자급의 인사들이 섣불리 엉뚱한 처방을 들이대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 사회를 쇠락의 길로 이끄는 위험 요소이긴 하나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배경과 원인 및 성격이 다른, 따라서 의당 해법도 달라야 하는 과제들이다.
저출산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비정상적인 병리(病理) 현상이지만, 고령화는 사회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란 측면이 짙고 더욱이 병증도 아니다. 그 속도나 정도, 수준이 비정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활 여건 개선이나 의료 기술 발전에 따른 평균수명의 연장 등을 생각할 때 반드시 병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를 나무랄 수 있는가. 노인 인구를 줄이는 게 고령화 대책이 될 수 없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모두 이미 버스가 떠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도 정부가 시급히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대적 과제지만, 그 진단과 처방을 혼동해선 안 된다.
또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가임연령 세대를 상대로 임신의 날을 정해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강력한 임신·출산 캠페인을 벌인들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조선족이든 한국을 선망하는 외국의 부족이든 젊은 인구 집단을 수입하자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 황당한 발상이다. 독일의 터키 이민 수용 정책은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요구되는 값싼 노동력 공급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후 독일 사회 전반에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있는 사회통합 문제 등 많은 부담을 안겼다.
늙은 혈관, 오래된 피에 마치 응급 수혈을 하듯이 젊은 피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심각하고 절박하다고 해서 억지로 단번에 효험을 볼 수 있는 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율 저하에 대한 생태론적 정책 대응과 함께 (초)고령화에 대한 노인 복지 증진과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 언제나 급할수록 천천히!
언제부터인지 한국의 ‘일본화(Japanization)’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산 디플레이션과 성장 잠재력 둔화로 장기 침체를 헤어나지 못했던 경제, 야당의 지리멸렬에 따른 보수 전횡과 ‘정치의 실종’, 그리고 저출산·초고령화로 인구 절벽의 위기에 몰린 사회, 이 세 가지 측면의 ‘일본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진단은 적확하다. ‘일본 정도만 되더라도 다행이다. 우리는 일본보다 훨씬 더 못하니까’, 이렇게 개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나마 일본의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곁눈질할 수 있는 건 다행이다. 일본이 한국의 미래는 아니지만 유용한 참조 사례는 된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참을성 있게 계획을 짜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야(與野)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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