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권話法’으로 이어져
헌법 경제민주화 조항도
대기업 불신에서 출발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기업, 시장주의에 대한 불신’을 기초로 하는 경제관이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비판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 정책이 짜이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이 과거부터 취해온 입장이지만, 더민주와 결합하면서 더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기업을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인식하는 등 일방적으로 재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잘못된 허상, 즉 허수아비를 만든 후 이를 실체라고 비판하는 허수아비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운동권식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일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자신의 경제·기업관을 자세히 드러냈다. 그는 “경제세력들이 은연중에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제가 늘 걱정하는 대로 경제민주화를 보다 더 촉진시켜서 포용적 성장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앞으로 더 어렵고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경제세력은 입법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경제단체와 대기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다른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우리 경제와 국민이 어려운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안 보이면서 마치 기업이 원하는 법이 통과가 안 돼 그렇다고 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특정세력들의 영향력에 의해서 모두가 다 거기에 한꺼번에 쏠려서 결정해야 하는지 저는 납득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이유도 대기업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을지로위원회 1000일 기념 행사 축사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경제적인 강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성장론의 한계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7일 중앙위원회에서 “수출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이 경제 불평등을 가져왔고, 사회 전반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국민 통합과 국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면서 포용적 성장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경제계 쪽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업을 불신하고, 시장을 신뢰하지 않고서 어떻게 성장을 얘기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실 진단이 전혀 돼 있지 않다”며 “성장이라는 게 구호나 정치적 언사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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