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기가 차세대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 융합이 심화되면 현재 TV와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이나 주문형비디오(VOD)를 VR 기기 등에서도 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SK텔레콤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통해 VR 기기로 실내(왼쪽)와 야외에서 방송을 시청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가상현실(VR) 기기가 차세대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 융합이 심화되면 현재 TV와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이나 주문형비디오(VOD)를 VR 기기 등에서도 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SK텔레콤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통해 VR 기기로 실내(왼쪽)와 야외에서 방송을 시청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下) SKT·CJ헬로비전 합병 쟁점 분석유료방송 사업자 요금 변경
미래부의 승인 얻어야 가능

지역 채널들은 지역 정보外
보도·해설·논평 등 금지돼
여론 형성 기능은 전혀 없어

미래부 M&A 관련 첫 토론회
“SKT의 적극적 투자 확대로
콘텐츠 생태계도 활성화 전망”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심사를 진행 중인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부 주최 첫 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앞서 국회 등에서 열렸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정부가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M&A 이후 유료방송의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케이블TV의 지역 채널 운영을 통한 방송 공정성 훼손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현행 방송법상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유료 방송 사업자는 이용 요금 및 기타 조건에 관한 약관을 제정해 미래부에 신고해야 하며, 특히 이용 요금에 대해서는 미래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신고한 약관이나 승인을 얻은 이용 요금을 변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래부는 약관이 부당하거나 약관 변경에 대한 고지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약관 변경이나 재통지를 명령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유료방송의 요금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이후 유료방송의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유료방송 요금 관리로 인해 지금까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기존 요금을 인상한 전례도 없다. SK텔레콤 측이 경쟁사들의 요금 인상 우려를 ‘발목잡기식 주장’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다.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을 통한 여론 왜곡이 어려운 이유도 방송법 때문이다. 방송법에 따라 지역 채널은 지역 정보 이외의 보도·해설·논평이 금지되며 운용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등 보도 가능한 프로그램의 범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지역 내 소식에 대한 단순 보도만 할 수 있을 뿐 이에 대한 해석 보도가 불가능해 여론 형성 기능이 없는 셈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도적 안전장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 케이블TV 사업자가 실시하는 지역 채널 내 선거방송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지휘를 받으며 모든 후보자 간에 공평 유지 의무가 있다.

정회경 서울미디어대학원(SMIT) 교수는 “일부에서는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에 대한 우회적인 인수 시도로 선거토론 방송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무리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기존 제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통해 케이블TV 가입자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M&A 이후 투자 확대를 통해 현재 60%인 CJ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율을 9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저품질(SD)로 이용하던 방송 콘텐츠를 고품질(HD)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케이블TV 업체들의 경우 투자 여력이 부족해 디지털 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왔다.

이와 함께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돼 시청자들은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M&A 이후 과거 5년 대비 콘텐츠 관련 투자도 대폭 확대해 △콘텐츠 펀드 조성 △신규 제작 투자 △특화 콘텐츠 활성화 등에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 측은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8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케이블TV 업계가 수신료 및 영업이익 감소, 저가 구조 속의 출혈경쟁, 낮은 디지털 전환율 문제 등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는 건전하고 장기적인 국내 자본이 케이블TV 산업에 투입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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