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氣運)이라는 말이 있지요.”

시진핑이 말하고는 입을 꾹 닫았다. 진중한 표정이다. 그는 항상 이런 표정을 짓는다. 위엄이 있다. 진실하게 보이기도 한다. 시진핑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대국(大國)의 통치자, 한민족은 항상 대륙의 동북방 반도에서 대륙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때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나는 서 장관의 한로드 구상을 보면서 새 시대의 기운을 느꼈던 것입니다.”

서동수가 숨을 죽였다. 아, 한로드를 말하는가? 한반도에서 대륙을 관통하는 이 기운, 한민족의 기운. 이화원의 안가 안, 오후 3시쯤, 청은 정원을 향해 탁 트였고 낮은 원탁을 가운데 두고 둘은 등이 깊게 묻히는 소파에 앉아 있다. 편안한 자세, 원탁에는 연한 향이 느껴지는 찻잔이 놓여 있다. 시진핑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한반도에서 아시아 대륙을 관통하여 유럽 끝까지 닿는 이 기운, 나는 이것이 인력(人力)으로 이룬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서동수는 시진핑의 주옥같은 표현을 깨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가볍게 입을 열지 않았다. 시진핑의 목소리에 열기가 올랐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동북3성을 이어 한랜드로 연결시킨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그 기운에 동승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옳지. 머리보다 가슴속에서 그런 느낌이 솟았으므로 서동수의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바로 그렇다. 진실한 표현이 감동을 준다. 그때 시진핑이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고려연방으로 통일된 후에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함께 한로드를 따라 유럽까지 닿는 것이지요. 우리는 믿을 만한 미래의 동반자로 서 장관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처음 입을 열어 인사했다. 중국 정부는 서동수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한 한로드를 함께 이용하자고 했다. 그 기운,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물이 흐르는 대로 가자.

“제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약속은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대세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립니다.”

“오, 대세를….”

시진핑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렇지요. 대세를 따라야지요.”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 장관을 믿는 것입니다.”

이제 시진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꾹 닫혔던 입도 조금 벌어졌고 눈빛도 부드러워졌다.

“미국 대선 후보 크리스를 만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마도 이야기를 했지요.”

“오, 대마도.”

시진핑의 눈빛이 다시 강해졌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역사학자에게 물었지요. 그들은 대마도가 한국령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증거 자료도 있다니까 곧 모아서 보내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김동일 위원장을 지지하자는 의견도 있었지요.”

시진핑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서 장관 말씀대로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렇다. 이것이 본론이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연방대통령 선거에 개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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