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성·재미 다 잡고 싶다면 두 여인의 사랑 그린 멜로물 ‘캐롤’ 수채화 같은 무협물 ‘자객 섭은낭’
극장가 대목인 설 연휴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드라마를 비롯해 독특한 설정의 코미디, 할리우드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국 무협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다.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한 후 가족, 친구, 연인 등 함께 볼 상대를 선택하면 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어린 자녀와 함께 보려면 관람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
‘로봇, 소리’
# 마음 따뜻이 데워주는 드라마
설 연휴를 겨냥해 일찌감치 개봉(1월 21일)한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은 6·25전쟁 때 고아가 된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드는 이야기로 큰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는 실제 전쟁 당시 전장과 병원에서 위문공연을 했고, 미국, 유럽 등에서 순회공연을 펼친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전쟁통에 가족과 동료를 잃은 국군 소위 한상렬(임시완)은 전출 명령을 받아 간 후방 부대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굳어 있던 마음을 열게 된 그는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애타는 부정을 그린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도 1월 27일 개봉해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가족드라마에 SF적인 설정을 접목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2003년 대구에서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채수빈)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해관은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으려고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주변사람 모두가 포기하라며 말리던 그때 해관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난다. 이 로봇은 미국 도·감청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목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이 로봇에게 ‘소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해관은 소리와 함께 유주의 흔적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12세 이상 관람가.
‘나쁜놈은 죽는다’
# 유쾌한 웃음 전하는 코믹물
3일 개봉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법정 드라마와 케이퍼무비(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여 완전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영화)를 엮어 코믹하게 풀어냈다. 톱스타 황정민과 강동원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살인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검사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교도소에서 만난 사기꾼을 이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거친 수사 방식으로 유명한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취조 중이던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혐의를 인정하면 집행유예로 나가게 해주겠다는 선배 우종길(이성민) 차장 검사의 말만 믿고 법정에서 죄를 인정했다가 결국 징역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교도소에 수감된 변재욱은 자신이 교도소로 보낸 범죄자들 때문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법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교도관들의 법적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교도소 내에서 ‘영감님’으로 자리 잡는다. 5년 후 변재욱은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사건을 아는 전과 9범의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만난다. 변재욱은 검사 시절 노하우를 총동원해 한치원을 무혐의로 내보내고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원맨쇼’를 펼치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황정민은 영화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 주고, 여기에 이성민의 카리스마 연기가 조화를 이뤄 깔끔한 오락영화가 완성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손예진과 대만 배우 천바이린(陳柏霖)이 주연을 맡은 ‘나쁜놈은 죽는다’(감독 쑨하오·孫皓)도 4일 개봉해 ‘연휴 영화’에 합류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장수상회’ 등을 만든 강제규 감독과 중국 거장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이 공동제작한 이 영화는 제주도 여행을 하던 중국 여행객들이 미스터리한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담았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 영화는 허술한 이야기 전개와 밋밋한 액션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언어적·문화적 충돌로 웃음을 전하려 하지만 그리 웃기지 않는다. 특히 천바이린의 어눌한 한국어 대사가 어색하게 다가와 몰입을 방해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쿵푸팬더3’
‘앨빈과 슈퍼밴드:악동 어드벤처’
# 아이들 유혹하는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물 ‘쿵푸팬더’ 3편에는 더욱 강력해진 팬더 포가 등장한다. 1월 28일 개봉한 이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등장인물과 새 이야기로 구성됐다. 전작에 이어 한국계 여인영 감독이 연출했다. 영혼의 세계에 사는 포(잭 블랙)와 그의 친구들 앞에 쿵푸 달인 카이(J K 시먼스)가 등장해 그들을 위협한다. 쿵푸계의 대사부인 우그웨이와 500년 전 대결해 패했으나 영혼계에서의 재대결에서 승리한 포는 우그웨이의 기를 흡수해 인간 세계로 돌아간다. 포는 사부 시푸(더스틴 호프먼)로부터 ‘기를 터득하고 궁극의 쿵푸를 남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쿵푸 마스터가 되라’는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포가 타이그리스(앤젤리나 졸리), 몽키(청룽·成龍), 맨티스(세스 로건), 바이퍼(루시 리우), 크레인(데이비드 크로스) 등 ‘무적 5인방’을 가르치게 된 것. 포는 좌충우돌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 리(브라이언 크랜스톤)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팬더마을로 간 포는 여자 팬더 메이메이(케이트 허드슨)를 만나 팬더로서의 본능을 자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카이의 습격을 알게 된 포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나선다. 전체 관람가.
1950∼196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 밴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로 만든 ‘앨빈과 슈퍼밴드’ 4편(앨빈과 슈퍼밴드:악동 어드벤처·감독 월트 베커)도 4일 관객과 만났다. 이번 편에서는 앨빈(저스틴 롱), 사이먼(매슈 그레이 구블러), 테오도르(제시 매카트니) 등 악동 3인방이 뜻하지 않게 전미순회공연을 펼치게 된다. 가수 활동을 접고 휴식을 취하던 이들은 아버지로 여기는 데이브(제이슨 리)와 여자친구인 사만다(킴벌리 윌리엄스 페이슬리)의 마이애미 여행에 몰래 쫓아간다. 전작에서 앨빈 일당을 힙합 가수로 데뷔시키고 이들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는 작곡가 데이브는 이번 편에서 음반 회사를 차리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이브가 마이애미에서 사만다에게 청혼할 계획인 것을 알게 된 앨빈 일당은 데이브가 사만다와 결혼해 새 삶을 살게 되면 자신들을 버릴 것을 우려해 청혼을 방해하기로 한다. 전체 관람가.
‘캐롤’
‘자객 섭은낭’
# 진한 여운 남기는 감성 걸작
올해 아카데미상에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은 두 여인의 사랑을 담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 ‘소금의 값’(1952년)이 원작이다.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며 195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상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공한 은행가와 결혼해 뉴저지 교외에 사는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삶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가부장적인 남편(카일 챈들러)과 사랑 없는 결혼생활에 지쳐 별거를 했고, 이혼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남편은 캐롤이 외동딸을 볼 권리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캐롤은 뉴욕 맨해튼의 백화점 직원 테레즈(루니 마라)와 마주친 뒤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서 허락만 해왔다고 고백하는 테레즈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의 청혼에도 망설이기만 한다. 소통 없는 사랑에 신물이 난 캐롤과 테레즈는 “우린 서로에게 가장 놀라운 선물”이라고 말하며 사랑에 빠져든다. 동성애를 다뤘지만 그 부분보다는 절절한 사랑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청소년 관람불가.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이 만든 무협 영화 ‘자객 섭은낭’은 수채화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에 정적인 액션을 담은 수작이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과장된 액션은 나오지 않고, 캐릭터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4일 관객과 만난 이 영화는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살수(殺手)로 키워진 여자 자객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도사 가신공주의 손에서 자란 섭은낭(수치·舒淇)은 검술 실력은 스승을 이길 정도로 뛰어나지만 자객으로서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암살 대상자가 어린 아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가신공주는 그런 섭은낭에게 사촌이자 어렸을 적 정혼한 전계안(장전·張震)을 죽이라고 명한다. 가신공주의 쌍둥이 자매 가성공주의 아들인 전계안은 어릴 적 심하게 몸이 아파 섭은낭의 아버지 섭봉에게 치료를 받았다. 가성공주는 그 보답으로 전계안과 섭은낭의 결혼을 약속했지만 전계안은 당시 세력가의 딸 전원씨와 결혼해 ‘위박’이라는 지역의 절도사가 됐다. 전계안을 죽이러 간 섭은낭은 위박의 상황이 좋지 않고, 본처와 후처의 암투까지 일어 괴로워하는 전계안을 보고 갈등한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