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무중력 실험을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
2007년 무중력 실험을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
교양과학이 우리 시대 교양적 지식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가 인터넷·정보통신 같은 과학기술 문명에 기반을 둔 사회로 과학적 지식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지만 ‘문·사·철’로 대표되는 전통 ‘인문학’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답을 새로운 분야, 바로 과학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최근 과학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여전히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이 어려움을 뚫고 핵심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람 이야기, 바로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사람 이야기에 더해 과학, 과학역사는 물론 과학 정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초에 나온 ‘온 더 무브’(알마)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유명한 정신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지난해 타계 직전에 남긴 감동적인 자서전이다. 모터사이클과 속도에 집착했던 젊은 날에 대한 회고로 시작하는 자서전은 오랜 세월 세상으로부터 잊힌 질환과 그 환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자 결정한 이후, 대륙과 대양을 넘나들면서 뇌, 의식, 정신의 비밀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헤쳐나간 인생의 궤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출발점으로 읽으면 좋다.

영국의 천재 수학자로 컴퓨터 공학 및 정보 공학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앨런 튜링의 전기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동아시아)은 ‘튜링에 대한 모든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해 대서양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결국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과학자의 삶이 담겨 있다.

애플의 로고가 튜링의 ‘베어 먹은 사과’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컴퓨터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튜링의 활약을 살펴보려면 월터 아이작슨의 ‘이노베이터’(오픈하우스)를 참고해도 된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썼던 아이작슨의 신작으로 184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디지털 혁명의 어머니’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현대 디지털 혁명 주역들을 탐구한다.

아인슈타인 이후 20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사이언스 북스)는 파인만을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유명해지도록 만든 계기가 된 책이다. 10년 넘게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인만과 함께 드럼을 치던 친구 랠프 레이턴이 그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으로 파인만의 명성과 업적 뒤에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그의 소년 시절부터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무렵까지의 일들, 노벨상을 둘러싼 상황 등이 담겨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경우, 그와 가까운 저명한 과학필자 키티 퍼거슨이 호킹의 기적 같은 70번째 생일을 맞아 내놓은 전기 ‘스티븐 호킹’(해나무)과 호킹의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까치)가 있다. 특히 호킹 자서전은 손 마비와 기관절개 수술로 인해 현재 컴퓨터와 음성 합성기를 통해 1분에 최대 3단어를 말하고 쓸 수 있을 뿐인 전신마비의 저자가 타인의 손과 머리를 빌리지 않고 직접 집필했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책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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