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사이더로 매몰되지 않았기에 80세 먹은 피터 팬,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로 살 수 있었다”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사이더로 매몰되지 않았기에 80세 먹은 피터 팬,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로 살 수 있었다”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나만의 명상’으로 몸 관리”‘거대 지식인’에게 가졌던, 날카로울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선생님은 따뜻했다. 세심하게 기자를 배려해 주었고, 조금 수척해졌지만 여전히 열정적이었다. 따님 얘기를 할 때는 살짝 목이 메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사적인 질문을 몇 개 해봤다.

―계획은 어떠십니까.

“모든 사회적 활동을 끊고 은퇴를 선언했어요. 대학도 언론계도. 그러나 글 쓰는 일과 생각하는 세계에 은퇴란 없습니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대학원에서 30년 동안 강의한 노트와 도중에 신문 연재를 중단했던 ‘한국인 이야기’(전 10권)를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정본이 될 개인 전집도 진행 중입니다. 백조의 곡이 될지 까마귀의 곡이 될지 모르지만 내 마지막 작업이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특이한 게 있다면.

“나는 토끼잠을 자요. 매시간 깹니다. 그러면 서재에 올라가서 아무 책이나 빼서 읽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막힌 글 한 줄을 발견하고 그것에 감전되는 거지요. 입에서 악 소리가 나면서 전율 같은 것을 느끼지요. 만약 그날 밤 내가 그냥 깊이 잠들었더라면 영원히 그런 감동을 모르고 지나쳤을 겁니다. 그 불면의 밤들을 위해 축배를 듭니다. 그 어둠이 준 선물들을 향해서 말입니다.”

―선생님은 식성이 ‘순 한식’이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거의 양식을 하지 못해요. 책상에는 칸트와 셰익스피어가 주종이지만 밥상 위에서는 어림도 없어요. 어머니의 손맛. 장독에서 삭은 시간의 맛. 그리고 자연 속에서 자란 나물 맛. 이런 것들이 내 생의 사상이요 명작들입니다. 한때 연탄가스에 중독된 사람이 동치미 국물을 마시고 깨어났듯이 역시 수술을 받고 거의 음식을 먹지 못했던 저를 구해준 것도 바로 그 동치미 국물이었어요. 음식이 곧 독이 되는 세상에서 식의동원(食醫同源)의 한식의 지혜를 글로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여전히 글을 쓰고 활동하시는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건강해서가 아니라 오기로 버티는 것이지요. 하지만 10년 가까이 ‘명상’을 해왔어요. 요가도 아니고 기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발견한 명상법인데요.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 가까이 아무 생각 없이 눈 감고 온몸의 힘을 빼고 앉아있는 것이지요. 거의 숨도 죽이고 말이지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다른 운동이나 보약 같은 것은 거의 먹지 않아요. 헬스클럽이란 곳은 구경도 한 적 없어요.” 엄주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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