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브라질 북동부의 페르남부쿠주에 위치한 IMIP병원에서 한 여성이 소두증을 갖고 태어난 자신의 손녀(왼쪽)와 정상으로 태어난 그의 쌍둥이 형제를 함께 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3일 브라질 북동부의 페르남부쿠주에 위치한 IMIP병원에서 한 여성이 소두증을 갖고 태어난 자신의 손녀(왼쪽)와 정상으로 태어난 그의 쌍둥이 형제를 함께 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3일 브라질 IMIP병원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자신의 6개월 된 태아의 초음파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3일 브라질 IMIP병원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자신의 6개월 된 태아의 초음파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모기 활동하는 5월엔 흰줄숲모기 통해 국내전파 우려
환자발생국 여행 뒤 한달간 헌혈 금지 · 콘돔사용 필수


브라질발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신생아 소두증(小頭症)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남미 등지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국제 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감염자가 브라질 등 중남미 대륙에 이어 미국, 아시아, 유럽 등 총 27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 각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특별 대책에 나서고 있다.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점검했다.

1 WHO 비상사태 선포이유

WHO가 지난 1일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PHEIC를 선포한 배경에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늑장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 사이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WHO가 이례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05년 제정된 세계보건규정(IHR)에 따르면 PHEIC란 통상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질병이 국제적으로 확산해 공중보건에 위험을 초래하고, 국제적인 협력 대응이 잠재적으로 요구되는 특별한 상황’을 의미한다.

2 전세계 감염지역은

감염지역은 계속 늘고 있다. 1일 기준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역별 집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파가 활발한 나라는 중남미 25개국, 아프리카 1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등 27곳이다. 중남미에선 바이러스 진원지로 꼽히는 브라질을 비롯해 멕시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라과이, 콜롬비아, 자메이카, 가이아나, 과들루프, 도미니카공화국, 마르티니크, 바베이도스, 볼리비아, 인트마틴섬, 수리남, 아이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프랑스령 기아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니카라과, 네덜란드령 퀴라소, 코스타리카 등이다. 아프리카는 카보베르데, 오세아니아는 사모아다. 아시아에서는 최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지역을 여행한 유럽인과 미국인, 캐나다인, 칠레인들에게서도 감염 사례가 나왔다. 다만 1일 WHO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발병 지역 국가들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 상황 등을 고려한 정치적 결단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브라질 정부는 임신부들의 경우 자국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자체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 등에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3 왜 지금 문제가 됐나

학계에서 처음 지카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은 지난 1952년 한 논문을 통해서였다. 이보다 더 전인 1947년 우간다에 서식하는 붉은털원숭이를 조사하던 연구진이 황열을 앓고 있던 원숭이의 혈액을 채취한 결과,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를 발견한 장소인 ‘지카숲’의 이름을 따 ‘지카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이후 1952년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에서 최초로 인간 감염자가 발견되면서 학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바이러스와 황열바이러스, 일본뇌염바이러스처럼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 1969년과 1977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있던 에데스(Aedes)속(屬) 모기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중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이집트 숲 모기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등 기상이변 때문에 모기 개체 수가 급증했고, 무차별적인 환경개발로 인해 모기 서식지가 대거 도시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사람 간 감염 가능한가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모기에 물린 지 3∼7일 지나서 발열, 관절통, 눈 충혈, 근육통, 두통 등이 생긴다. 잠복기는 최대 2주며, 증상은 수일∼수주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아(symptomless)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가는 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도 그동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5월 브라질 감염사례 이후 확산 규모가 커지고,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모기에 의한 감염병은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예외다. 미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은 2일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맺은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서 “모기가 아닌 성 접촉을 통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5 소두증의 원인인가

임신부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태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의학계에선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걸로 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이달까지 약 4000건의 소두증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는 평소에 비해 10∼20배의 수치다. 사산된 소두증 아기의 신체 조직 일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두증 아기와 임신부에게서 직접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아 아직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

6 치료제는 있나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감염병으로 분류되는 뎅기열에 대한 논문은 1만 편이 넘는 데 반해 지카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논문은 200여 편에 불과하다.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나 백신도 없으며, 원숭이를 제외한 실험동물도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와 달리 꽤 오래전에 발견됐지만, 그동안은 인간에게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구에 진전이 없었던 것. 다만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형(GM) 모기’를 이용해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는데 성공한 바 있다. 바이러스 진단법으로는, 최근 독일의 생명공학업체 게네캄 바이오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혈액샘플 검사 키트가 있다.

7 리우 하계올림픽에 미칠 파장

아직 올림픽위원회(IOC)에서 내놓은 대책은 없다. IOC의 조치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반바지와 민소매 차림을 자제하거나 모기 살충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직위는 모기 산란지인 물웅덩이를 찾아 없애는 등 2주째 경기장 주변에서 방역작업을 매일 실시하고 있지만, 선수들과 각국 정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는 전 세계 임신부들에게 자국에 입국하지 말 것을 권고해 해외 선수 및 스포츠 팬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8 국내 유행가능성은

질병관리본부는 민간전문가들과 현재 상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환자로 인해 2차 감염이 확산되는 국내 유행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내렸다. 근거로는 겨울인 현재의 날씨는 바이러스 매개체인 모기가 활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지카 바이러스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는 모기가 활동하는 여름철에도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지카 바이러스는 수혈이나 성접촉 등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해외사례가 있었지만, 국내에 드물게 나올 수는 있어도 유행이나 확산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기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5월이 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흰줄숲모기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2차 감염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와 감염경로가 흡사한 뎅기열도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 유입된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지만 2차 감염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국내 확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9 정부 방역대책은

정부는 WHO의 권고사항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내 유입 시 전파와 확산을 방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유입차단을 위해 항공과 항만에서 위험지역 입국자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또 목재 및 묘목 등을 통한 모기 유충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수입식물 등에 대한 검역도 강화됐다. 원목은 국내 도착 후 전량 훈증소독(진공이나 유독 기체를 사용한 소독)하고 묘목 등은 현장검역에서 규제병해충이 검출되면 훈증소독하거나 폐기처리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폐타이어, 웅덩이 등 모기서식지에 대해 방제하고, 숲 소독 등도 실시한다. 아울러 2017년에 계획된 모기에 대한 전국 일제조사를 앞당겨 올해에 조기 실시한다. 또 만일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의료기관에서 의심환자를 진료하면 방역당국에 의무신고하도록 했다. 해외 여행안전 확보를 위해 현재 브라질, 태국 등 지카 비아러스 발생국가 취항 8개 항공사에서 안내방송을 진행하는 등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제공도 확대했다.

10 예방수칙은

정부가 발표한 예방 수칙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여행 전에는 최근 2개월 이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발생 국가를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모기예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임신부의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 여행은 출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권고됐다. 불가피할 경우 여행 전에 의료진 상담을 받고 귀국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 일반인과 임신부 모두 여행 중에는 방충망 또는 모기장이 있고 냉방이 잘 되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야외 외출 시 밝은색 긴 소매 상의 및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기 퇴치 제품도 적극 활용하되, 설명서에 적혀있는 주의사항대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행 후에는 귀국 후 1달간은 헌혈을 하지 말고, 남성의 경우 증상이 없어도 1달간 콘돔을 사용하며, 2주 이내 의심증상 발생 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리안·이용권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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