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 수가 역대 최대인 약 2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일본에서 ‘관광객에 의한, 관광객을 위한’ 사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이가 역전된 한국으로서도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일본의 잰걸음을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 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이들의 일본 내 소비액도 역대 최대인 3조 엔(약 30조 원) 이상에 달했다. 일본의 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향후 외국인 관광객 수 및 관광수입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흡수하기 위한 보완조치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본 관광업계의 우선적인 타깃이 된 것은 이른바 ‘유커(遊客)’라고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일본의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과 로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물품 구매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알리페이의 중국 내 이용자 수는 약 4억 명에 달한다.
또다른 편의점 업체인 패밀리마트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손쉬운 환전을 돕기 위해 이달부터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자동환전기를 도입했다. 도쿄(東京) 내 4개 점포에 우선 도입을 시작해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매장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까지 1000대의 자동환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영어와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패밀리마트의 자동환전기는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 등 13개 종류의 화폐를 10엔 단위까지의 일본 엔화로 바로 환전해준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도 관광업계 지원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과 국토교통성은 일반 주택에서 돈을 받고 여행자를 숙박시키는 민박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민박을 여행업법에 따른 간이 숙소로 분류하고 기준 면적 등을 완화해 허가받기 쉽도록 할 계획이며 자택의 일부 공간을 빌려주는 홈스테이형 민박은 여행업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도쿄 오타(大田)구는 일반 주택에 돈을 받고 외국인 여행자를 숙박시키는 것을 인정하는 민박 조례 운용 규칙을 공표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글로벌 호텔체인들도 일본에서의 호텔 운영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하앗트호텔은 향후 10년 동안 일본 대도시 중심으로 10∼20개의 호텔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힐튼호텔 계열의 고급 호텔은 같은 기간 총 12곳이 문을 열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또 일본 정부는 중국 이외에 방일 관광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의 여행객에 대해 현지 공항에서 미리 입국심사를 하는 사전입국심사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런 사전입국심사제도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과 함께 한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2005년 5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한국 인천공항과 대만 타오위안(桃園) 공항에서 시행했다가 중지했다. 일본 정부는 사전입국심사제도가 부활되면 일본 공항에서 입국심사 대기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폭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 사회의 저변 시설 변경까지 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각 도로에 일본어로 표기된 ‘정지(止まれ)’ 표시판을 영어 ‘STOP’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의 방일 관광객 급증과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해 재차 관광객이 급증할 계기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도로에는 약 170만 개의 정지 표시판이 있으며, 이를 전부 영문표기 표시판으로 교체하는 데는 약 250억 엔(약 25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경시청 관계자는 “표시는 외국인도 알기 쉽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검토해 보겠다”며 표시판 변경을 통한 관광 환경 개선에의 의지를 나타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