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입춘굿’을 아십니까.”
입춘(立春·4일)을 맞아 제주에서 ‘모관(城內) 저자에 춘등을 내걸다’를 주제로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2016년 병신년(丙申年) ‘탐라국 입춘굿’이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강정효(51·얼굴 사진) 제주 민예총 이사장은 4일 “동아시아 농경문화 속에서 입춘 등 24절기를 공유하는 나라는 많지만 ‘입춘굿’ 형태의 축제를 여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며, ‘탐라국 입춘굿’만큼 제주만의 독특한 색채와 특징을 가진 문화 축제도 없다”고 소개했다.
강 이사장은 제주신화신상걸궁(제주 신화 속 등장 신을 모신 가장행렬), 사리살성(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나쁜 기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미), 세경제(제주 농경신인 자청비 여신에게 올리는 제사), 낭쉐코사(나무로 만든 소를 의미하는 낭쉐 앞에서 제를 올리는 행사) 등 입춘 하루 전인 3일 전야제 성격의 열림굿에 이어 입춘 당일인 4일 제주도청과 제주시청·도의회·목관아 일대에서 동시에 열린 춘경문굿과 입춘걸궁, 병신년 입춘굿, 추물공연, 낭쉐몰이·친경적전(親耕籍田), 예기무(藝妓舞), 입춘탈굿놀이 등 다양하고 이채로운 제주의 전통적인 특색을 살린 ‘입춘굿’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문화에서 제주의 독특한 무속 신앙이 연계된 ‘낭쉐몰이’가 축제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소의 형상을 본떠 나무를 엮어 만든 ‘낭쉐(木牛·나무 소)’는 제주 입춘굿 놀이의 ‘주인공’과 같은 존재”라며 “입춘굿에 대한 최초의 기록인 ‘탐라록’(1841년)에 ‘입춘날, 호장은 관복을 갖추고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들고 흔든다. 심방 무리들은 활기차게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는데 먼저 주사로부터 차례로 관덕정 마당으로 들어와 밭을 가는 모양을 흉내 냈다. 이것은 탐라왕이 직전하는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을 말한다’라고 기록돼 있는데, 탐라왕이 직접 낭쉐를 끌고 밭을 가는 시늉을 했다는 의미”라고 ‘낭쉐몰이’의 역사성을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심재집’, ‘제주도실기’, ‘남국의 무속’ 등 옛 문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설명돼 입춘굿의 역사성은 물론 낭쉐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낭쉐는 곧 제주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신성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새 철 드는 날’인 입춘에 민·관·무(巫)가 하나 되어 벌였던 전통축제로 탐라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입춘굿이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됐다가 지난 1999년 복원돼 이후 해마다 열리며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제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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