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자본 1조190억 투입
안보상황 고려않고 성과 급급
낙관적 對北정책 설계 지적도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에 결국 전면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낙관적인 전망 속에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이 과연 성공했는가 의문이라는 자성론이다.
또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둘러싸고 각종 비난이 나오면서 남남갈등으로 비화할 우려도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남북관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추진돼 2004년 첫 제품을 생산한 개성공단은 13년간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려 했던 목적에는 결국 실패했다. 개성공단 생산액은 2005년 1491만 달러에서 2015년 5억 달러를 넘어섰고, 북측 근로자는 2005년 6013명에서 2014년 5만3947명으로 급증했다. 공단을 추진했던 김대중·노무현정부는 개성공단이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 모델로 북한에 자본주의를 퍼뜨려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오히려 북한 핵개발에 정부 예산을 지원한 결과를 낳았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쪽 기업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야권에서는 운영 중단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근식 국민의당 통일위원장은 10일 “개성공단 폐쇄 방침은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남남갈등만 유발되는 것을 경계하고 경제적 논리보다는 안보의 관점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개성공단의 임금체계가 일부만 노동자에게 가고 나머지는 북한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가는 불공정계약임을 알면서도 정부가 안일하게 가능성 없는 국제화까지 추진했던 것이 대북정책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의 본질은 기존 남북 교류, 경제협력 사업 등 대북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만들어져 필연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정권들이 안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대북정책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 치밀한 계산 없이 대북 유화정책을 내놓으면서 현 상황을 유발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들인 돈은 약 35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투입된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은 총 1조190억 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아는 기회가 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북한의 무기개발에 개성공단 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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