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안개와 바람, 눈 등의 악천후는 항공기 정상운항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눈은 골칫거리다. 눈이 온다고 해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활주로에 쌓인 눈은 항공기 운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항공기에 눈과 서리와 같은 결빙 물이 쌓이면 이륙중량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종 계기 작동에 지장을 주고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정상 운항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등 항공사는 눈이 조금이라도 오면 제·방빙(除·防氷·De-Icing·Anti-Icing) 작업 등을 벌이며 얼음과 전쟁에 나선다.
1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추운 날씨로 얼음이 자주 어는 겨울철이면 항공사는 안전운항을 위해 국제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항공기 이륙 전 지상에서 특별한 점검과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미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의 이륙 직전에 표면상의 모든 결빙 물질은 제거돼야 한다’는 조항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겨울철 ‘결빙 기후 조건(Icing Condition)’은 외기 온도 10도 이하, 시정거리 1.5㎞ 이내에 안개, 진눈깨비, 비, 눈 등이 있는 기상상태를 말하며 이때에는 항공기 이륙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눈이 내리면 항공기 표면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눈이 기체에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제·방빙 작업이 기본이다.
항공기 표면에 제빙액 등의 약품을 뿌려 눈, 서리, 얼음 등을 제거하고 다시 방빙 용액을 뿌려서 결빙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 작업은 대부분 항공기 출발 직전에 이뤄진다. 그 뒤에는 구체적으로 공인된 ‘방빙 시간 가이드라인(Hold Over Time Guidelines)’에 의해 항공기가 재결빙 방지 시간 내에 이륙할 수 있도록 대한항공의 운항 승무원, 운항통제 종사자들은 관제당국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제빙액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고려해 항공기 전용 제빙처리장인 디아이싱 패드(De-Icing Pad)에서 항공기 제·방빙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디아이싱 패드로 이동된 항공기는 공기 분사 기능을 갖춘 특수 장비인 디아이싱 트럭(De-Icing Truck)을 이용해 제·방빙액이 뿌려지게 된다.
제빙액은 물에 비해 아주 낮은 온도(영하 35도)에서 결빙되는 첨가제로 만들어졌다. 제빙 작업 시 뜨거운 물과 혼합 사용돼 결빙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비행 성능에 영향이 큰 항공기의 날개나 수평안정판(Horizontal Stabilizer)과 같은 기타 주요 작동 부위 표면부터 세세하게 작업이 이뤄진다. 디아이싱 패드 주변의 배수구를 통해 저장 탱크에 모인 제·방빙 용액은 사후 전량 소각 처리된다.
전용 작업장에서 눈과 얼음을 깨끗이 제거한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데 그때까지의 시간을 고려해 방빙액을 항공기 동체 및 날개에 뿌려 더 이상의 결빙이 없도록 조치한다.
항공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악천후가 발생하면 운항통제 종사자들은 공항 사정, 항공기, 운항 승무원, 항공사 정책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통제 계획을 수립하고 항공기 운항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시로 기상 상황을 체크하며, 인력 보충 시 언제든지 동원될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으로 전 직원의 소재와 연락처를 파악해두고 있다. 특히 눈 예보가 있는 날은 적정 인력이 공항에 24시간 대기해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겨울철 항공기 관리와 제·방빙 처리의 완벽한 수행을 위해 국내외 취항 공항의 종사자와 운항승무원도 ‘동절기 항공기 제·방빙 처리 및 점검 절차’ 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받는다”며 “항공기 관리 관련 부서와 담당자들도 겨울철 항공기 안전에 대한 인식 강화와 국제 규정에 맞는 절차를 제정·수행하며, 고가의 최신형 장비나 시설을 확보하는 등 만전을 기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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