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에 대해 한 말입니다. 어린 시절 책 한 권이 얼마나 아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그리고 그 책이 평생 마음속 씨앗으로 남아 먼 시간을 걸어온 거친 어른의 마음도 울렁거리게 하는지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책 한 권쯤 있겠지요. 어린 나를 이끈 책 말입니다. 위대한 문학일 수도 있고 조잡한 그림책일 수도 있고, 어쩌면 책의 형태를 넘어선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미야자키의 말처럼 어린이 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어른에게도 여전한 울림을 안깁니다. 아기 돼지 윌버와 지혜로운 거미 샬롯의 우정을 담은 A.B. 화이트의 ‘샬롯의 거미줄’(시공사) 같은 작품 말입니다. 윌버가 도살될 위기에 처하자 샬롯은 거미줄로 ‘위대한 돼지’ ‘근사한 돼지’ 같은 글을 짜 만들어 윌버를 기적의 돼지로 만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애쓴 샬럿 덕분에 윌버는 목숨을 구하지만 샬롯은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 윌버가 샬롯의 새끼 거미들이 세상에 나가도록 돕습니다.
“샬롯 왜 나에게 그렇게 잘해 주었니?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는데.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윌버) “너는 내 친구였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샬롯) 대사가 보여주듯 이 작품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 사랑으로 우리 삶이 좀 더 나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96년에 국내 번역된 이 책이 최근 100쇄를 돌파했습니다. 20년 세월 동안 독자들에게 신뢰받은 책을 다시 읽으며 한동안 잊고 있던 ‘착한 우정’과 ‘선한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어린이 문학은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 달리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며 어린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입니다.” 미야자키의 말입니다. 삶의 출발선에 선 사람(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착한 세계, 선함에 대한 확인은 우리들 마음을 놓이게 합니다. 팍팍한 세상,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자기계발서가 아닌 ‘샬롯의 거미줄’을 권하고 싶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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