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이론가 서기장이 연임하고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한 동남아시아의 신흥국 베트남의 새로운 국가지도부가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펼치며 개혁에 나선다.

베트남 공산당은 지난 1월 28일 제12차 전당대회를 폐막하며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차기 국가지도부 중 서기장을 선출하고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내정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은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누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직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 응우옌푸쫑(71)이 연임에 성공했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65세인 재선 제한 연령 규정에 걸리지만 예외를 인정받아 ‘정치적 라이벌’인 친미 성향의 시장주의자 응우옌떤중(66) 총리의 도전을 물리쳤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으로 하노이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공산당 기관지와 당 이념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구소련의 사회과학원에서 공부한 뒤 당 정치국원, 국회의장에 이어 2011년 서기장직에 올랐다. 그는 국영기업이 중심이 돼 경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직에는 응우옌쑤언푹(61) 부총리가 올랐고, 쯔엉떤상(67) 국가주석 후임으로 쩐다이꽝(59) 공안부 장관이, 응우옌신훙(70) 국회의장 후임으로 응우옌티킴응언(61) 여성 국회 부의장이 각각 내정됐다. 베트남에서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 국가주석, 국회의장은 오는 5월 22일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되는 국회의 공식 선임 절차를 거친다.

베트남 지도부는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통해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28일 제12차 전당대회 폐막식에서 “국제적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은 부정부패 문제에 심도 있게 접근해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뤄진 180명의 공산당 중앙집행위원 선출과 관련, “지금까지 함께 일한 사람 중에서 제일 청렴한 인물로 선출했다”고 덧붙였다.

새 지도부는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국회의장 시절인 2008년 3월 대규모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아 베트남 경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한국 기업 유치 활동을 벌였다.

2014년 10월에는 서기장으로서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방한 기간에 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사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투자 승인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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