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철(45) ㈜플렉스파워AWS 대표는 ‘신통력’을 지녔다. 골프장에서 동반자의 잃어버린 골프공을 찾는 ‘귀신’으로 통한다. 박 대표는 “골프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면서 “행복이 동반자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동반자의 볼을 유심히 살핀다”고 설명했다. 볼을 잃으면 벌타까지 받아야 한다. 박 대표는 “나라도 나서 볼을 찾아주면 (볼을 잃은 동반자에게) 위안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 볼 찾기에 열중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회사 경영 스타일도 다소 엉뚱하다. 15년 동안 여러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롤러코스터처럼 사업의 기복이 심해지자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사업이 망하지 않는 비결’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에 입사한 전력도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는 “골프장에선 세 가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볼을 찾아 주는 배려, 그리고 정직과 집중이다. 볼이 디벗이나 라이가 좋지 않은 곳에 놓였을 때 ‘싱글 할 것도 아닌데…’하면서 옮기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다. 이런 행동은 늘 자신을 위한 선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또 라운드 중 휴대전화는 늘 꺼둔다. 골프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이를 눈치챈 동반자들 역시 작은 배려를 돌려주기에 즐겁게 5시간을 보낼 수 있단다. 박 대표는 또 골프장에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해 동반자의 라커룸에 조그만 선물을 넣어 둔다.
마케팅 전문가인 박 대표는 그동안 여러 회사를 창업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실패했다. 1990년대 말 상장사인 인터넷 미디어렙사인 나스미디어를 창업했고, 인터넷 스키장 예약사이트인 넷 스포츠, 그리고 2005년 판도라 TV를 창업하면서 부사장을 역임했지만 2년 만에 그만뒀다. 이때까지 그의 인생은 기복이 심했다.
박 대표는 한때 대웅제약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대기업에서 망하지 않는 법을 배우겠다며 운영 중이던 회사를 직원들에게 넘기고 3년간 ‘외유’를 했던 것. 박 대표는 이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출신의 박찬호 씨가 국내에 들여온 근육 이완 크림 ‘플렉스파워’를 대웅제약에 소개했다. 박찬호 씨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군으로 강등됐지만 이 크림 덕분에 허리 통증을 잊으면서 1군에 복귀했고, 은퇴 후엔 판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대웅제약 측에선 별 반응이 없었고, 박 대표는 자신이 직접 해보겠다며 2013년부터 국내 총판권을 따냈다. 계약 조건은 첫해 2만 개, 2년째엔 4만 개, 3년째엔 6만 개를 파는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바르거나 뿌리는 파스가 일반적이었기에 100㎖에 3만8000원의 고가였던 플렉스파워를 판매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현장을 누비자는 전략.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직접 크림을 발라주기로 했다. 1년 6개월 동안 연인원 1000만 명을 만나 100만 명에게 크림을 발라줬다. 그리고 크림의 효능을 확인한 25%가 구매했다. 재구매율이 40%에 이르면서 첫해 7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엔 30억 원, 그리고 올해는 150억 원을 예상하는 등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1999년 골프를 시작했다는 박 대표는 최근 2년 동안 골프장을 자주 출입했고, 지난해엔 1주일에 평균 2차례 이상 필드에 섰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골프 관련 인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80대 스코어를 유지한다는 박 대표는 지난해 대부분 83∼86타를 남겼고, 이 가운데 81타가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다.
지난해 6월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아일랜드골프장에서 처음 홀인원을 경험했다. 이스트 코스 4번 홀에서 52도 웨지로 친 볼이 홀 앞에서 한 번 퉁기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간 것. 이 홀은 원래 120m였는데 박 대표가 홀인원을 할 땐 80m짜리였다. 골프장 측이 이틀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규대회가 예정됐기에 티잉 그라운드 보호를 위해 임시로 80m짜리 특설 티잉 그라운드를 마련했던 것. 특설 티잉 그라운드였지만 앞바람이 무척 강해 한 클럽 길게 잡았단다.
박 대표는 보통 아마추어와는 달리 ‘60도 웨지’를 가장 즐겨 친다. 60m 거리 이내에서는 핀을 향해 띄워 치는 샷을 구사한다. ‘풀스윙이 가장 이상적인 샷’이라고 믿는 그는 그린 주변에서 굴리는 샷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굴리는 샷은 힘을 조절해야 한다”며 “하지만 띄우려면 풀스윙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실수할 확률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60m를 남기기 위해 역산해서 클럽을 잡는 경우도 많아 파 4홀에서 3온을 노릴 때도 잦다. 어프로치 샷이 정교하고 10년 전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독특한 모양의 퍼터에 익숙해지다 보니 보통 그립 자세와는 다른, 손바닥을 밀면서 치는 데도 퍼팅 실력이 뛰어나다. 박 대표는 근육 이완 크림을 판매하면서 운동역학에도 눈을 떴다고 한다. 박 대표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에 앞서 몸을 충분하게 풀어주고, 운동을 마친 뒤엔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어깨와 허리 스트레칭에 30분을 투자하면 주말 골퍼의 경우 5타까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피겨여왕’ 김연아는 현역 시절 6시간 동안 몸을 풀었고, 프로골프 선수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풀스윙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을 충분히 풀어준다고 강조했다. 주말 골퍼는 14번 홀부터 잘 맞는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라운드 초반에 실수가 많은 것도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유산소운동을 하면 인체에 생기는 피로물질인 젖산이 24시간 이내에 근육통으로 바뀐다”며 “24시간 이내에 마사지를 받거나 뜨거운 물에서 목욕하거나, 또는 심박 수를 줄이는 정리운동을 하면 젖산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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