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北 감싸는 中 속내
러·인도·파키스탄 등 인접국
수백∼수천개 核무기 보유
北核 큰 위협으로 생각안해
‘美겨냥·견제’ 내심 반길수도
최대위협 美 동북아패권 장악
對中포위구도 강화될까 우려
4차 핵실험후 中책임론일자
미국에 대한 불신 깊어지고
되레 北 전략적 가치 재평가
근본 셈법 변하지 않는 한
정부 對中외교 험로 계속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만 바라보던 정부의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관심이 북한 핵·미사일보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장악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7일 “유감을 표시한다”며 종전처럼 주변국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보다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은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들인 자리에서는 “원칙적 입장”을, 한국대사에게는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중국의 우선순위가 한반도 비핵화보다 미국을 견제하는 데 있고, 중국이 여전히 주한미군을 자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한 정부의 대중외교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 외교’로 대표되는 친중 전략, 이후 ‘중국 책임론’을 위시한 대중 압박외교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근본적 셈법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중국이 네 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에도 대북제재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만으로 인한 안보 위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자체가 핵무기 250여 기를 보유한 핵 강대국이고, 러시아·인도·파키스탄 등 인접국도 마찬가지로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핵무기를 지닌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십여 개가 추가되는 데 대해 거부감도 크지 않다. 중국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유독 북한 핵만 포기시킬 만한 안보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겨냥하고 견제하는 북한 핵을 내심 반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현재 20기 안팎의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북한에 최후의 후견인으로 남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칼끝이 중국을 향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북한의 체제 불안정과 이로 인한 대규모 난민사태 등으로 안보 비용이 급증하는 게 중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로 중국에 어떤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칠지 몰라도 내용적으로 비확산 정도로만 관리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시선은 정작 북한이 아닌 동북아 역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 가 있다. “중국에 최대 안보 위협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한·미·일 군사 동맹을 만들어 대중 포위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미·중 간 북한에 대한 전략적 목표·인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신을 심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으로서는 3차 핵실험 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 대북제재 움직임에 일정 부분 동참, 북한을 압박했으나 결과적으로 추가 핵실험 실시와 북·중 관계 악화, 중국 책임론이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완충지대로 생각하는 한 북한 감싸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중국이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 2008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중 때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고 비판한 것이 상징적이다. 이 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었다. 한·중 관계가 한 단계 올라서는 순간에 중국이 한·미 동맹과 이에 따르는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우호적 한·중 관계 조성 노력에 호응해 왔던 중국이 최근 사드 배치 문제에 과민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복심이 북한의 전략적 셈법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의 대외 전략이 ‘한·미 동맹 균열’이라는 한 점으로 모여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반도에 미국이라는 군사적 개입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중국의 안보적 이익과 북한의 안보적 이익 모두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 근본적인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한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의 근본 셈법과 이해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중 외교는 험로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대미 레버리지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러한 복심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러·인도·파키스탄 등 인접국
수백∼수천개 核무기 보유
北核 큰 위협으로 생각안해
‘美겨냥·견제’ 내심 반길수도
최대위협 美 동북아패권 장악
對中포위구도 강화될까 우려
4차 핵실험후 中책임론일자
미국에 대한 불신 깊어지고
되레 北 전략적 가치 재평가
근본 셈법 변하지 않는 한
정부 對中외교 험로 계속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만 바라보던 정부의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관심이 북한 핵·미사일보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장악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7일 “유감을 표시한다”며 종전처럼 주변국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보다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은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들인 자리에서는 “원칙적 입장”을, 한국대사에게는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중국의 우선순위가 한반도 비핵화보다 미국을 견제하는 데 있고, 중국이 여전히 주한미군을 자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한 정부의 대중외교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 외교’로 대표되는 친중 전략, 이후 ‘중국 책임론’을 위시한 대중 압박외교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근본적 셈법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중국이 네 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에도 대북제재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만으로 인한 안보 위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자체가 핵무기 250여 기를 보유한 핵 강대국이고, 러시아·인도·파키스탄 등 인접국도 마찬가지로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핵무기를 지닌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십여 개가 추가되는 데 대해 거부감도 크지 않다. 중국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유독 북한 핵만 포기시킬 만한 안보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겨냥하고 견제하는 북한 핵을 내심 반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현재 20기 안팎의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북한에 최후의 후견인으로 남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칼끝이 중국을 향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북한의 체제 불안정과 이로 인한 대규모 난민사태 등으로 안보 비용이 급증하는 게 중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로 중국에 어떤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칠지 몰라도 내용적으로 비확산 정도로만 관리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시선은 정작 북한이 아닌 동북아 역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 가 있다. “중국에 최대 안보 위협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한·미·일 군사 동맹을 만들어 대중 포위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미·중 간 북한에 대한 전략적 목표·인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신을 심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으로서는 3차 핵실험 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 대북제재 움직임에 일정 부분 동참, 북한을 압박했으나 결과적으로 추가 핵실험 실시와 북·중 관계 악화, 중국 책임론이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완충지대로 생각하는 한 북한 감싸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중국이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 2008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중 때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고 비판한 것이 상징적이다. 이 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었다. 한·중 관계가 한 단계 올라서는 순간에 중국이 한·미 동맹과 이에 따르는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우호적 한·중 관계 조성 노력에 호응해 왔던 중국이 최근 사드 배치 문제에 과민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복심이 북한의 전략적 셈법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의 대외 전략이 ‘한·미 동맹 균열’이라는 한 점으로 모여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반도에 미국이라는 군사적 개입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중국의 안보적 이익과 북한의 안보적 이익 모두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 근본적인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한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의 근본 셈법과 이해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중 외교는 험로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대미 레버리지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러한 복심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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