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中… “대북제재 신중”

北발사 후 첫 외교장관 회담
尹 “끝장 결의”- 왕이 ‘미온적’

북한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에도 한국과 중국의 대북 대응 온도 차가 재확인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은 “대북제재 끝장 결의”를 거듭 강조한 데 비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신중한 대처”에 강조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북제재 수위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 장관은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왕 부장과 40여 분간 양자회담을 열고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관련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 결의 관련 협의를 가속화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톤에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윤 장관은 이번 안보리 결의와 관련 북한이 5차, 6차 핵실험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내용이 담긴 “끝장 결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단호한 대북 압박 의지를 상징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서도 설명한 뒤 강력한 안보리 제재 도출에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고 매우 복잡해졌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미 간 대북 공조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등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고조 가능성에 주목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지난 9∼1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만나 대북 제재에 관해 협의한 결과도 이 자리에서 설명했다. 당시 윤 장관은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류제이(劉結一) 주유엔 중국대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과 함께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장관은 왕 부장과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뮌헨에서 12일 한·미, 한·러 외교장관 연쇄 회담을 열 예정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