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발행 ‘코코본드’
“내년엔 이자지급 못해” 전망

日·유럽 은행 주가 동반폭락
中, 잠재된 ‘은행 부실’ 심각


‘최후의 보루, 은행마저 흔들리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등의 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물밑에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은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불안해지면서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체제 위험)로 전이돼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유럽과 일본 은행 등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은행들도 내부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은행 부실이 쉽게 노출되지는 않지만 이미 부실화가 상당히 진행됐으며, 중국 은행의 부실이 드러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것은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다. 도이치뱅크가 발행한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s·조건부 자본증권)가 내년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럽 은행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코본드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은행들에 대한 구제 금융에 납세자들의 세금이 사용된 전례(베일아웃·bail-out)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사시에 은행의 손실을 정부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부담(베일인·bail-in)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은행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세금인 ‘공적자금(公的資金)’을 투입하기 전에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으로 전환되거나 상각(償却)됨으로써 은행의 자본력을 높이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은행이 위기가 발생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통주자본으로 전환하거나 상각될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도이치뱅크가 발행한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확률이 아직까지는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도이치뱅크가 발행한 코코본드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리스크(위험)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금융계에서 보수적인 자산 운용으로 유명한 도이치뱅크가 발행한 채권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 자체를 시장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도이치뱅크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서브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Sub CDS)’프리미엄이 12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금융계에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보다 더 나쁘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관련기사

조해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