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 직후인 11일 현지 우리 인력 280명 전원이 철수함으로써 대북 압박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국내 정치권의 공방이 예상되지만, 대북 압박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면 북한 당국이 큰 고통을 느끼고 체제의 유지가 위협 받을 정도로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강력한 대북 압박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인가.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 조치들은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돈줄을 차단하는 데 치중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외화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나면 어떤 용도에 쓰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제 제재 조치가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북한의 외화 획득 자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2014년에 약 13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북한은 외화 차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외화가 다른 방법으로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 흔히 언급되는 루트는 북한 근로자들의 해외 송출이다.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가 해외에서 ‘노예 노동’을 통해 연간 수억 달러의 외화를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만 9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위조 화폐, 위조 담배, 마약 거래와 국경 지역의 밀무역도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물론 광물 수출과 같은 공식적인 무역을 통해 북한이 외화를 획득하는 것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이런 방법들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중국의 협력이 긴요하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국내법의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기만 해도 북한은 거의 질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이러한 방향으로 최대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대북 압박정책을 채택한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다. 우선,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접촉을 통해 중국의 협력을 최대한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에 이어 일본, 유럽연합(EU)도 북한과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지만, 이들 나라의 기업들은 중국과의 비즈니스 기회 상실을 우려해 자국 정부가 그 정도까지 나가는 것에 반대한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가 함께 최대한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대북 제재 때 안보리에 제재위원회와 전문가 패널이 설치됐지만, 지금껏 유명무실했다. 활발한 모니터링 활동과 정보 공개가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압박 조치는, 2013년 3월에 채택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제2094호에 포함된 이른바 ‘트리거 조항’(trigger clause)을 발전시켜,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는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 전면 금지와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아예 이번 결의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때마다 대북 제재 조치를 협상해야 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을 대폭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압박이 성공해야 평화를 위한 협상도, 통일을 위한 길도 제대로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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