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부탁해요, 엄마’
KBS 2TV ‘부탁해요, 엄마’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3社 일주일간 20여편 방송
수준 조금만 떨어져도 질타

tvN 단 2편… 선택·집중 가능
후발 주자라 평가도 후한 편


“웬만해서는 칭찬 못 받아요.”

한 지상파 드라마국 책임프로듀서(CP)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욕먹는 게 익숙하다”고도 덧붙였다. “요즘 지상파 드라마는 볼 게 없다”는 질타와 “tvN을 먼저 본 후 지상파 채널을 훑는다”는 일침도 수없이 받는다.

케이블채널 tvN이 ‘미생’에 이어 ‘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까지 성공시키며 지상파의 목을 죄고 있다. 막장 드라마 논란에 쪽대본으로 인한 완성도 저하까지 문제로 지적되니 지상파 드라마는 사면초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자. 지상파 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일까? ‘브레인’ ‘공부의 신’ 등을 썼던 윤경아 작가가 집필한 KBS 2TV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1위를 굳게 지켰다. 고두심의 열연에 힘입은 감동적인 가족극이란 평가가 대세였다.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어떤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재벌 2세를 응징하며 ‘TV판 베테랑’으로 지지받고 있다. ‘대장금’과 ‘선덕여왕’으로 유명한 김영현 작가가 쓰는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 역시 탄탄한 내러티브와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웰메이드 사극’이라 불린다.

“시그널이 SBS 편성을 못 받아 tvN으로 왔다”는 것은 SBS로서는 씁쓸한 지적이다. 시그널은 타 지상파 편성도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장르물이라 지상파가 거절했다”는 것은 일면만 보고 내린 성급한 판단이다. 무명이었던 김은희 작가의 장르물인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를 모두 편성한 곳이 SBS였다. 김 작가와 계약을 맺은 SBS가 이같은 선택을 하고 타 채널도 같은 선택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대본’과 ‘시간’이었다. 지난해 지상파 편성을 전전하던 시그널의 대본은 지금과 달랐다. tvN 행을 결정한 후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생’을 연출했던 김원석 PD의 손을 거치며 시그널은 탄탄해졌다. 기존 김은희 작가의 작품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그널에서는 수현(김혜수)이 핵심 인물이다. tvN으로 갔기 때문에 김혜수가 출연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본이 업그레이드되며 김혜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해석이 옳다.

지상파에도 여전히 좋은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다뤄야 할 드라마가 너무 많다. 아침극, 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사이 지상파 3사에서 20여 편의 드라마가 방송된다. 모든 작품에 똑같은 공을 들일 수 없는데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똑같다. 잘해야 겨우 ‘욕받이’를 면하고, 못하면 호되게 질타를 받는다. 우등생 콤플렉스다.

반면 tvN 드라마는 일주일에 두 편이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고 옥석 고르기에 능한 이유다. 그리고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평가 기준이 느슨한 편이다. 재방송이 많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잘된 작품은 크게 칭찬하고, ‘하트 투 하트’ ‘호구의 사랑’ ‘신분을 숨겨라’ 등 시청률 1∼2%에 그친 드라마는 굳이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상파가 “억울하다”고 마냥 항변할 순 없다. 그들은 여전히 ‘갑’인 탓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듣는 또 한 가지 억울한 지적은 “돈 되는 드라마만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도, tvN도 돈을 벌기 위해 드라마를 만든다. 배우들도 좋은 작품을 좇지만 높은 개런티도 좇기에 ‘케이블 프리미엄’이 붙는 tvN드라마를 택한다. 또 다른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같은 작품을 만들어도 선발 주자인 지상파가 케이블채널보다 칭찬을 덜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 “tvN의 약진을 인정하고 시청자들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지상파 드라마 시장도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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