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하게 됐을 때에는 상대방이 의식할 수 없도록 정신 무장을 해야 합니다. 호전성이나 의지력이 없으면 해낼 수 없습니다.” 1947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의회에서 행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처칠의 외손녀가 집필한 책에 수록됐다.(‘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2004, 한스미디어)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카드를 보면서 처칠의 리더십을 서가에서 다시 꺼냈다. 리더십의 키워드는 ‘위협을 저지하라’였다.
처칠은 제2차 대전 전후 다른 리더들이 해결하지 못한 히틀러와 공산주의의 위협을 숙지했다. 위협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특유의 돌파력을 보였다. 돌파는 용기(勇氣)와 전략(戰略)으로 무장했다. 그는 다섯 가지 전술을 구사했다.
우선, 위협이 되는 대상을 집중 연구하라. 둘째, 직접적인 정보를 수집하라. 처칠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직접 정독했다. 원문의 호전적인 특성이 번역되면서 희석됐음을 알게 됐다. 위기 상황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수집하기 위해 개인적인 정보망을 가동했다. 기관의 정보 보고서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외교관, 학자, 과학자, 기업인 및 언론인 등 국내외 각계 인사를 접촉했다. 셋째, 초지일관(初志一貫)하라.
넷째, 위협적인 존재들의 균형을 무너뜨려라. 처칠은 히틀러에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개인적인 힘을 가졌다. 인간 처칠의 비범한 통찰력과 상황 판단력은 독재자 히틀러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처칠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개인적 감정으로 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워딩(wording)을 가져라. 그는 과장하지 않고, 매번 히틀러가 약속이나 조약을 어길 때마다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지적했다. 그는 차분하게 국내외에서 대중적 입지를 넓혀갔으며 마침내 자신만이 히틀러를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박 대통령은 주사위를 던졌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 미·일·중 지도자의 요청이든 독자적인 결정이든 12년 역사의 개성공단은 끝이 났다. 이제 처칠이 히틀러와 전략적으로 싸웠듯이 박 대통령은 김정은과 싸워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틈을 발견해야 국제사회도 동참한다. 처칠은 런던에서 시작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파리와 워싱턴을 넘어 마침내 베를린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제 김정은을 30대 초반이라고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2010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시절에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됐을 때 그의 인간 역량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핵과 미사일의 선군 유훈정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아바타라고 간주해야 진지한 싸움을 할 수 있다. 2011년 동짓달 금수저로 최고사령관에 오른 어린 지도자라고 얕보다 이 지경이 됐다. 박 대통령은 처칠 총리와 처지는 다를 수 있지만, 위 전략은 벤치마킹해야 한다. 칼을 뽑은 이상 물러설 수 없다.
평양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까지 거론한 이상 정면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의 허점을 찾아야 한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폐쇄적인 통제사회지만 독재자의 아킬레스건은 있다. 강공 전략과 유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싸움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의한 군사안보는 필수다. 동시에 김정은과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심리전 또한 이에 못잖게 중요하다. 평양을 뒤흔들지 못하면 승부가 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처칠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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