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생존율 51.5%뿐
재발땐 ‘위험한 합병증’
외국선‘표적치료’지원
국내선 100% 본인부담
대한민국의 평범한 워킹맘 이모(여·45) 씨는 어느 날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조금 부른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가 난소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암 판정에 앞길이 막막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1차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씨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값비싼 치료비용이다.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표적치료제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평소 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 씨에게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난소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난소암은 여성 생식 및 호르몬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난소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과 함께 ‘부인암(Gynecologic Cancer)’에 속한다. 난소암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000여 건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인암이다.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총 22만5343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여성 환자 수는 총 11만1599명이었다. 그중 난소암 환자는 전체 여성 암 환자의 2%를 차지했다.
김병기(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부인종양연구회 회장은 “난소암은 예방 백신이 있는 자궁경부암이나 자가 진단과 다양한 검진기술이 발달한 유방암과 달라 원인도 불분명하고 특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는 난소암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난소암은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환자가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상태에서 발견된다. 부인암 중 압도적으로 높다. 병이 늦게 발견되니 치료 성과도 좋지 않다. 2004∼2008년을 기준으로 환자가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유방암이 85.5%, 자궁경부암이 77.3%이지만, 난소암은 51.5%에 불과했다. 또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10년 생존율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 개선되고 있지만, 난소암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러한 통계는 난소암 치료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골든타임은 1차 치료 = 암이 상당히 전이된 진행성 난소암 환자는 치료도 까다롭다.
보통 난소암의 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로 나뉜다. 우선 난소를 포함해 배 안쪽 장기 곳곳으로 퍼진 종양을 수술로 최대한 제거한 후, 항암제를 투여해 잔류 암을 없앤다. 여기까지가 진행성 난소암의 1차 치료 시기로 본다.
그러나 난소암 환자는 1차 치료 후 대부분 재발을 경험한다. 난소암이 재발하면 환자는 완치의 기회와 멀어지게 되며, 이후부터는 재발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진행성 난소암 1차 치료에서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치료 핵심이라고 본다.
김 회장은 “수술 이후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멈추게 하도록 항암치료를 계속하지만, 재발 후 항암 치료가 반복될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지고 환자에게는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재발이 쉬운 고위험 환자와 복수가 차오르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1차 항암치료에서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해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동시에 재발 시점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소암의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난소암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표적치료제는 2개다.
이 중 1차 치료로 사용 가능한 표적치료제는 겨우 1개뿐이며, 이조차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1차 치료 환자 표적치료제 급여 =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김 회장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고민이야 늘 한결같이 시간과 돈”이라며 “인터넷에서 정보 공유가 워낙 활발해 환자들이 먼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난소암 1차 항암치료에서 표적치료제는 보험 급여가 안 된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비용 때문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외국은 표적치료제를 통한 난소암 1차 치료에 우리보다 적극적이다. 현재 20개의 유럽 국가 및 호주에서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난소암 표적치료제에 급여를 지원해 주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급여가 지원되는 난소암 1차 치료제들은 대부분 20년 전에 개발된 기존 항암제”라며 “우리나라도 난소암 환자들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치료의 ‘골든타임’인 1차 치료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강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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