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동관 1층 로비 앞에서 열린 ‘서울고법과 함께하는 설 직거래 큰 장터’를 찾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매대에 놓인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지난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동관 1층 로비 앞에서 열린 ‘서울고법과 함께하는 설 직거래 큰 장터’를 찾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매대에 놓인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서울고법·농협 직거래장터

“아주머니, 이 사과 한 상자 얼마예요? 사과 빛깔이 너무 좋은데요.”

지난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동관 1층 로비 앞. 설 명절을 열흘쯤 앞둔 가운데 법원 앞뜰에 장이 섰다. 전국 각지의 농·수·축산물이 판매대에 전시돼 법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었다. 이날은 서울고법과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마련한 ‘서울고법과 함께하는 설 직거래 큰 장터’를 개최한 날이다. 전국 25개 농가에서 100여 가지의 농수산물 등이 12개 동의 천막에 전시돼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케 했다.


햅쌀, 과일, 채소류, 나물류, 인삼뿐만 아니라 한우·돼지고기 등 축산물, 멸치·미역·다시마·김 등 수산물도 장터를 가득 채워 이곳에서 명절 준비를 모두 마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모습이었다.

법원 길 건너편에 사는 김현숙(여·44) 씨는 충남 예산 사과 매대 앞에서 시식용으로 놓인 사과를 맛보며 “사과 빛깔이 좋다”고 연신 칭찬했다.

김 씨는 “법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직거래 장터를 찾았다”며 “대형 마트에서 파는 사과보다 상태가 좋고 가격도 훨씬 싼 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곧장 사과 한 상자를 샀다.

예산에서 올라와 사과를 파는 강신덕(여·58) 씨는 “같은 품질, 수량인 경우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거의 1만 원가량 싼 편”이라며 “사과를 맛본 분들은 이 자리에서 당장 구매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거래 장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다름 아닌 한우다. 이날도 충남 당진·강원 횡성 한우를 파는 판매 차량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 당진 한우가 인기가 많았는데 한우 안심 100g이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한우 등심이나 안심, 국거리용 부위 등은 준비해온 물량이 조기에 동날 정도로 잘 팔린다”며 “품질은 물론 가격까지 손님들이 만족하는 인기 품목”이라고 말했다.

한우를 비롯해 고구마, 땅콩, 사과, 배 등 명절 제사용품과 굴비, 게장 등 선물용 상품들도 이날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날씨도 춥지 않아 정장 차림으로 법원을 찾은 사람들도 장터를 지나가며 물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법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매대를 지나가며 농산물을 사서 즉석에서 나누기도 했다. 사과를 팔던 강 씨는 “법원이라 정장 차림으로 짐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손님들을 위해 집까지 택배로 배달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명절 직거래 장터는 서울고법과 농협중앙회의 상호 협력사업 목적으로, 지난 2013년 10월부터 매년 설·추석 명절 직전에 열렸으며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에는 심상철 서울고법원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직접 직거래 장터 행사장에 나왔다. 심 고법원장은 동료 판사들과 함께 직접 매대를 둘러보며 직거래 장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상인들이 시식용으로 내놓은 사과 등을 직접 맛보며 과일을 구매하기도 했다.

서울고법이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직거래 장터를 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더 좋은 편이다. 법원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로 발전한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직거래 장터를 많이 이용한다”며 “법원 인근에는 전통시장이 없으므로 부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직거래 장터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심 고법원장은 “법원 여직원들 가운데는 직장생활로 인해 따로 시간을 내서 명절 준비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여직원들이 직접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쪼개지 않고 퇴근 후나 쉬는 시간에 직거래 장터를 이용해 명절 준비를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 지법원장은 “우리 농민들이 애써 키운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에서 직거래 장터 행사를 정기적으로 여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 역시 법원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법원의 규모뿐만 아니라 유동 인구도 많아 참여하는 농가의 매출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직거래 장터 실적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2013년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후 2015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열린 직거래 장터에서는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법원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질 좋은 농산물을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농협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시중 가격보다 15∼30%까지 저렴하기도 하지만 품질이 무엇보다 뛰어나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참여하는 농가들이 법원 직거래 장터 물품에 대해선 특별히 더 신경을 써서 골라서 온다”고 말했다.

농협에 따르면 직거래 장터에 농가들이 참여하기 위해선 품질 경쟁이 불가피하다. 서울지역본부에서 상시로 여는 직거래 장터에 전국 각지의 농가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들어오기가 매우 어렵다. 이미 참여한 농가들은 최고의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이고 품질을 항상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질이 떨어져 농협중앙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직거래 장터에서 퇴출된다. 퇴출 농가가 나올 경우,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다른 농가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우수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들이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사를 관리하던 한 농협 관계자는 “법원에서 열리는 설맞이 직거래 장터는 다른 곳에서 열리는 장터보다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며 “도심 한가운데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법원 직거래 장터의 최고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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