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을 놓고 ‘군사적 실책’이라는 주장이 있다.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개성을 북한이 공단 부지로 내준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안보 혜택’이었는데,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는 것이다. 즉 개성공단을 건설하면서, 주둔하던 북한군 6사단 병력이 후방으로 10∼15㎞ 이동 했는데, 이번 개성공단 조치로 다시 북한군의 전진배치가 이뤄지게 됨으로써 안보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군 6사단이 북한 주력 전차인 천마호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성∼서울 거리가 30여㎞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절반의 진실(half-truth)’이다. 약간의 군사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 개성공단에 가봤다면, 개성공단이 군사기지가 될 수 없음을 쉽게 알 것이다. 개성공단은 주변 고지대에 노출된 평야 지대에 있다. 군 기지가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다. 또 개성공단 자리에 북한군이 주둔한 적도 없다. 6사단 산하 4개 대대의 관할구역이었을 뿐이다. 2개 대대는 지금도 외곽 경비를 맡고 있으며, 그나마 후방으로 물러난 부대는 2개 대대뿐이다. 북한이 이를 두고 마치 큰 양보를 해 준 것처럼 주장한 것인데,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순진한 태도다. 만약 북한군 2군단 병력 5만∼6만 명이 개성공단 자리에 집결해 준다면, 국군으로선 환영이다. 산속 갱도에 들어가 있어서 정밀 포격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평지로 나와 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군 6사단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장정에 참여한 조선인을 주축으로 창설된 부대다. 6·25 당시 개성-서울-대전-전주-광주를 거쳐 마산까지 진출했으며, 인천상륙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유일하게 사단 대오를 유지한 채 퇴각하는 데 성공한 북한군이다.‘방호산 사단’으로 불렸으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방호산 사단은 더 이상 없다. 방호산은 1950년대 말 연안파 숙청 때 제거됐다. 또 6·25 당시 방호산 사단이 보유한 T-34 탱크는 세계 최강이었다. 한국군은 전차는커녕 변변한 대전차 무기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 6사단의 주력 전차 천마호는 1961∼1975년 소련이 생산한 구닥다리 T-62의 개량형이다. 한국군 주력 전차인 K-1 혹은 K-2 흑표전차에 애당초 상대가 되질 않는다. 또 개성 평야에서 집결해 남하할 경우, 한미 연합군의 아파치헬기와 코브라헬기에 의해 순식간에 고철로 변하고 말 것이다.
물론 방심해선 안 된다. 개성∼서울 종심이 너무 짧다. 또 북한 2군단 62포병여단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가 전진 배치되는 것은 위협적일 수 있다. 안보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친 ‘전쟁 공포증’이 돼선 안 된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 우리 지역은 절대로 안 된다는 ‘사드 님비(NIMBY)’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군이 프랑스 마르세유 공항에 공군 편대를 파견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르세유 시 정부가 반대하고 시민들이 공항에 나와 육탄으로 영국 공군기의 착륙을 저지했다. 독일군으로부터 보복 폭격을 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결과 프랑스는 패망했다. 이런 우매한 역사가 우리에게 반복될까 두렵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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