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1위 도약 ‘일등공신’
현대캐피탈로 이적뒤 ‘펄펄’

타구단서 ‘만년후보’로 전전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이 지도
빠르고 정확한 토스 완벽소화


현대캐피탈이 NH농협 2015∼2016 V-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5위였던 현대캐피탈은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0(25-20, 25-19, 25-19)으로 이겨 13연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3승 8패(승점 66)가 돼 OK저축은행(승점 65)을 제치고 761일 만에 1위로 도약했다.

현대캐피탈의 승승장구는 최태웅(40·사진 왼쪽) 감독과 세터 노재욱(24·오른쪽)이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과감하면서 빠른 전술전략으로 코트를 호령하고 있다. 그의 애제자 노재욱은 토스 성공률 58.2%로 한선수(대한항공·55.6%), 유광우(삼성화재·54%)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노재욱은 성균관대 시절엔 곽명우(OK저축은행)에 가렸고 2014년 KB손해보험(당시 LIG 손해보험)에 입단한 뒤엔 양준식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만년 후보’. 그런데 최 감독은 지난해 4월 노재욱을 데려와 6개월 만에 주전 세터로 길렀다. 최 감독은 스피드배구를 구사한다. 공격수 1명에게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 득점하는 것과 달리, 스피드배구는 모든 선수가 공격태세에 들어가고 세터가 공격수를 선택해 볼을 올려주는 전술. 이렇게 하면 상대가 수비 진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스피드배구의 지휘자로 노재욱을 낙점했다. 최 감독은 노재욱의 토스가 정확도에 비해 빠르다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명품 지도자의 조련 아래 명품 세터가 탄생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노재욱의 기술은 물론 습관까지 모두 뜯어고쳤다. 최 감독은 포물선을 그리는 높은 토스가 아닌 직선처럼 공을 밀어주는 토스를 요구했다. 빠른 공격을 위해서다. 초등생 시절부터 포물선 토스에 익숙해진 노재욱은 습관을 버리지 못해 꾸지람을 받기 일쑤였다. 노재욱은 “토스할 때의 손 위치뿐만이 아니라 서 있는 자세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했다”며 “감독님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죽을 맛이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러나 ‘현장’에서 옵션에 가장 알맞은 공격수를 선택하는 건 노재욱에게 맡겼다. 노재욱은 “최 감독께서 현역 시절 다양한 공격수를 활용하는 걸 보고 많이 감탄했었는데 그 노하우는 안 가르쳐 주셨다”며 “대신 자율성을 보장해주셨기에 그때그때의 감과 동료와의 약속에 따라 공격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재욱은 초등 4년 때 배구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세터 출신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 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노재욱에게 그래서 더욱 특별한 존재다. 최 감독은 “노재욱이 기대에 80% 정도만 따라와 주면 성공이겠다 싶었는데 요즘엔 95% 이상이라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다”며 “가장 큰 약점은 자신감 부족이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라고 칭찬했다.

노재욱은 우승, 그리고 개인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노재욱은 “지금까지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시즌이 끝난 뒤엔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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